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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금지법’ 의 실효성은
선행학습 금지, 사교육 과열 방지 대책도 뒤따라야
  • 입력날짜 : 2014. 03.20. 10:35
윤동석 칼럼위원
학교에서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수업의 기술이다.

그래서 교육현장에서는 도 단위 수업연구대회를 해마다 열어 이동, 승진 가산점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물론 ‘수업명사’의 칭호로 자부심을 갖도록 하기도 한다.

필자도 수업 연구대회에 참여하여 1등급(최우수)을 받은 경험담을 가끔 후배 교사들에게 들려주곤 하기도 했다.

또한 각 학교도 해마다 자체 계획으로 전 교사가 연중 과목별 공개수업으로 교사의 수업기술을 연마하고 있다.

수업전개 절차 중 반드시 교육학적으로 빠지지 않아야 하는 ‘차시예고’가 있다.

학생에게 예습을 반드시 실행하라고 지시하는 것이다. 심화학습과 효율적인 수업을 위해 학생에게 선행학습을 하도록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 2월20일 국회 교육 상임위원회와 법사위원회에서 통과된 ‘공교육 정상화 촉진, 선행교육 특별법(선행학습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 2학기 시행이 확정됐다.

주 내용이 초·중·고는 정규교육과정을 벗어난 선행학습과 평가를 할 수 없다.

그리고 학원이나 개인 과외 교습자가 선행학습을 광고 하거나 선전하지도 못한다. 단 학원에서 하는 선행학습까지 각 학교처럼 직접 규제 하도록 하는 것은 없다.

이 특별법은 공교육이 무너지고 비정상적으로 가계 경제를 악화시키는 사교육의 병폐를 해결하고자 함이며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공약이기도 하다.

선행학습은 사교육 과열, 학생들의 학습 부담 증가, 지나친 경쟁 등 교육적 폐해를 유발하는 것을 막겠다는 내용에는 누구나 공감이 가는 일이다.

하지만 선행학습을 막는 근본원인에 대한 핵심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교육현장에서는 선행학습에 대한 판단 기준의 모호성으로 교사, 학생, 학부모의 혼란만 야기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들은 국어, 영어, 사회 등 질적 심화가 이루어지는 교과목의 심화 학습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시험 지문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학생과 학부모는 선행학습 금지법만 믿고 하지 않아도 되는지 더 불안한 상황에 놓일 것이다.

학교에서 변별력을 가늠하는 교과서 밖의 지문을 다루는 국어, 영어 시험문제 출제는 교과에 벗어난 내용이 선행학습금지법의 저촉으로 무척 난관에 봉착하는 교사는 단순암기 문제나 창의성과 변별력이 없는 소극적인 교육으로 학력저하의 현상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학생 입장에서 보면 공부를 좀 앞서서 하겠다는걸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게 개인의 자기 선택권과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의견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1980년 전두환 정권당시 사교육 철폐를 위해 재학생의 과외 교습은 물론 보충수업까지 전면 금지시킨 ‘과외 전면금지법’을 만들어 시행했다.

하지만 2000년 헌법재판소는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기본권을 함부로 제한해서는 안 됨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4년 전 교육부는 학생의 능력에 따라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학교 시스템을 도입하여 실시하고 있는 ‘무(無)학년·학점제수업’, ‘대학과목선(先)이수제도’가 대표적인데 여기에 선행학습 금지법은 서로 상반되는 건 아닌지.

고질적인 사교육을 없애기 위한 ‘선행 학습 금지법’은 사교육에 대한 규제는 광고 제한 정도에만 그치고 있어 오히려 사교육만 더 조장하는 ‘풍선효과’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광고와 선전만 금지하였기 때문에 스스로 찾아오는 학생들만으로도 법망을 뚫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현장에서 교사는 본 학습이 상급 학년과 연관이 있는 내용, 영재교육 내용 등 많은 혼란으로 고민거리가 쌓여 질 것이다.

결국 학원들은 반기고 학교만 옥죄는 ‘선행학습 금지법’의 통과가 앞으로 교육 현장에서 많은 시련이 다가 올 것이다.

또한 학교의 실효성도 문제이다. 국가가 전국 초·중등학교의 교과진도와 시험문제 모두를 어떻게 감독할 것인가, 교육과정 범위 안에 있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학교에서는 ‘재수 없으면 법위반’이란 정서로 법의 효율성과 신뢰성에 큰 문제가 우려되며 학교와 교육의 자율성에도 개인의 기본권처럼 심각한 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의 비판의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공부할 자유, 학습할 권리도 국가에서 제한하는 것이 수월성과 창의성을 길러내어야 하는 지식 정보화의 21세기 세계화 시대정신에 걸 맞는지 논란이 우려될 것이다.

이 법이 제정된 근본적 원인은 사교육 감축과 사교육비 경감으로 공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내실이지만 법의 규제가 오히려 공교육만을 죽이는 자가당착적 현상이 생길지는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교육부는 이 법안을 두고 공교육 정상화의 출발점이라고 자평하고 있으나 학교 현장이나 학부모는 혼란스런 반응에는 틀림없다.

앞으로 법집행 시행령은 교육의 초점이 어디에 맞추어야 할 것인가를 심사숙고해서 공부 못하게 하는 법보다 잘 할 수 있게 하는 법이 되어 학생은 제 학년과 제 수준에 맞게 배울 권리를 갖고 예습보다는 반복학습을 중히 여겨 학력향상을 꾀하여야 할 것이다.

대학 역시 고교 교육의 안정화라는 차원에서 반드시 책무성을 느껴야만 할 것이고, 국가는 규제의 실효성에 중점을 둔 관리 감독으로 선행학습 금지가 사교육 과열을 막는 방법을 시행령으로 보완해서 혼란 없는 교육정상화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사교육의 원천도 대입경쟁으로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 병폐의 소산이 아니라고 누가 부정할 것인가!

근본적인 치유를 무시한 채 작은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가며 그때만 모면하여 온몸이 병들어가는 것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윤동석 전 거제시교육장>


오정미 기자 webmaster@morningnews.co.kr        오정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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