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3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터넷실명제’ 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23일 선고했다.
헌재는 인터넷게시판을 설치ㆍ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해 게시판 이용자가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본인확인제를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제44조의5 제1항 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 제30조 제1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또한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인터넷게시판을 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했다.
이 재판은 손모씨 등 청구인이 인터넷게시판에 익명으로 댓글 등을 게시하려고 했으나, 본인확인제를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5 제1항 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 제30조 제1항(이하 통칭하여 ‘이 사건 법령조항들’이라 한다)에 따라 게시판 운영자가 게시자 본인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에 댓글 등을 게시할 수 있도록 조치함으로써 댓글 등을 게시할 수 없게 되자 이 사건 법령조항들이 자신들의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인터넷 언론사인 ‘미디어오늘’ 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010년 본인확인조치의무 대상자로 공시, 같은해 4월1일부터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담하게 되자, 본인확인조치의무 부과의 근거법이 언론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맞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 사건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44조의5 제1항 제2호, 같은 법 시행령(2009. 1. 28. 대통령령 제21278호로 개정된 것, 이하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29조, 제30조 제1항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의 일일평균 이용자수가 10만 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인터넷실명제를 실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본인확인제는 인터넷게시판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불법정보를 게시하는 것을 억제하고 불법정보 게시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확보함으로써 건전한 인터넷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게시판 운영자에게 게시판 이용자에 대한 본인확인조치를 하도록 해 게시판 이용자가 본인확인절차를 거치지 아니하면 인터넷게시판에 정보를 게시할 수 없도록 하는 본인확인제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고 판결했다.
헌재는 불법정보 게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 특정은 인터넷 주소 등의 추적 및 확인 등을 통해, 피해자 구제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의한 당해 정보의 삭제․임시조치(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 제2항), 게시판 관리․운영자에 대한 불법정보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2항, 제3항) 등으로 불법정보의 유통 및 확산을 차단하거나 사후적으로 손해배상 또는 형사처벌 등을 통하여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본인확인의 대상인 ‘게시판 이용자’는 ‘정보의 게시자’뿐만 아니라 불법행위를 할 가능성이 없는 ‘정보의 열람자’도 포함하고, 본인확인제 적용 대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선정에 있어서 그 정확성과 기준이 불분명한 이용자수 산정 결과에 따라 적용대상의 범위가 정하여지는 등 본인확인제는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그 적용범위를 광범위하게 정함으로써 법집행자에게 자의적인 집행의 여지를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본인확인제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본인확인정보를 보관하는 기간은 정보 게시가 종료된 후 6개월이 경과하는 날까지이므로, 정보를 삭제해 그 게시를 종료하지 않는 한 본인확인정보는 무기한으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보관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본인확인제로 인해 게시판 이용자 및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본인확인제가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결코 더 작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헌재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이므로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 제한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하여야 하는데,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가 의미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고,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해외 사이트로의 도피,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사이의 차별 내지 자의적 법집행의 시비로 인한 집행 곤란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어서, 결과적으로 당초 목적과 같은 공익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본인확인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모바일 게시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 새로운 의사소통수단의 등장으로 본인확인제는 그 공익을 인터넷 공간의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만 실현하게 됐다. 반면에 본인확인제로 인해 인터넷 이용자는 자신의 신원 노출에 따른 규제나 처벌 등을 염려해 표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고, 외국인이나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재외국민은 인터넷게시판의 이용이 봉쇄되며, 새롭게 등장한 정보통신망상의 의사소통수단과 경쟁해야 하는 게시판 운영자는 업무상 불리한 제한을 당하고, 본인확인정보 보관으로 인해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헌재는 이와같은 이유로 본인확인제를 규율하고 있는 이 사건 법령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해 청구인 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청구인의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선고했다.
<사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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