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망을 들고 숭어다리에 서다
  • 입력날짜 : 2007. 08.10. 10:57
이상문 거제시의회의원
투망을 하나 샀다.
집 앞 모래펄에서 어른들이 굵은 숭어를 투망으로 잡는 것 보고. 투망을 배운 적 없어 늦은 오후 모래펄에서 혼자 던져보았다.
11자, 땅콩 모양, 반달 모양에서 찌그러진 대강의 원형이 될 즈음.

얕은 물가로 가서 던져보았다.
그물을 던지자 여기저기서 자그마한 물고기들이 튀어서 도망갔다. 그물 안에 든 몇 마리를 보니 분필보다 조금 더 큰 숭어들이었다. 모두 놓아 주고 또 몇 번을 던져 보고 그러다 해변을 걸어 큰 놈이 있는지 살폈다.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5센티 이하의 얕은 물속에서 노닐던 숭어들이 낯선 발소리에 놀라 달아나느라 치솟는 놈, 달리는 놈, 방향을 바꾸는 놈 등등... 혼비백산하는 걸 보고는 얘들을 이리 괴롭혀 되겠나 말아야지 하고 물가를 떠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스게임(집단체조)! 어릴 때 운동회! 그것이 뇌리를 스치면서 몸을 돌려 바다를 쳐다보았다.
나의 지휘를 받아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주는 숭어들의 마스게임!. 될 것 같아 보였다. 걸어서 그들 옆으로 가도 튀어 도망가던 걸 보아서는 내가 달음질 쳐 지나간다면 저들은 아마 더 높고 멀리 뛰어 오라 더 깊은 물 안으로 도망칠 것 같았다.

먼저 한 10미터 거리만 물가 가까이서 발을 세게 디디면서 달음질 쳐보았다.
일제히 튀어 달아났다. 약 20센티 높이로 약 1미터 가량 멀리뛰기를 했다. 위낙 많은 개체들이라 서로 몸을 맞대고 튀어 가는 듯 했다.
옳지 되었다. 나랑 너희들이 평생에 한 번 있을 지상 최고의 마스게임을 함 해보자고 소리쳤다.

집 앞 모래펄에는 많은 조개와 잘피들이 산다. 어린 물고기들의 요람이다.
물이 빠지면 약 20여미터 길이의 모래펄이 드러난다. 돌멩이 적고 뻘 없는 곳 100여 미터를 택해 호흡을 고른 후 달음박질쳤다.
땅을 발로 팍팍 차면서.
그 100여 미터를 숭어들이 몸을 맞댄 듯 저와 보조를 같이 하여 튀어올랐다.

해질녘 비스듬히 맑게 비치는 햇빛은 숭어떼의 비상에 빛나는 조명을 담당하였다. 100미터를 이어주는 숭어들의 은빛비상과 입수는 말로 형언하기 힘든 흥분이었다. 잘 훈련된 사람들의 마스게임에 절대로 뒤지지 않겠다는 듯 그들은 일사분란하였다.
가슴이 뛰었다.
이 세상에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광경을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했다.

그 마스게임에 참가해준 숭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약속했다. 오늘 튀어 준 너희들이 다 죽는 날까진 집 앞바다에서 나는 숭어는 잡아 먹지 않겠다고.

나는 수천마리의 숭어들이 공연한, 물속 은빛 찬란한 ‘숭어 다리’ 공연을 본 유일한 사람이라 자랑하곤 한다.
다시 한번 그날 참여해 준 숭어들에게 감사하고 싶다.자연과 타동식물을 더 사랑하게 만들어 주었슴에.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었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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