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꿈을 간직하고 살고
어떤 이는 꿈을 나눠 주고 살며
다른 이는 꿈을 이루려고 사네
어떤 이는 꿈을 잊은 채로 살고
어떤 이는 남의 꿈을 뺏고 살며
다른 이는 꿈은 없는 거라 하네
세상에 이처럼 많은 사람들과
세상에 이처럼 많은 개성 들
저 마다 자기가 옳다 말을 하고
꿈이란 이런 거라 말 하지만
나는 누굴까 내일을 꿈 꾸는가
나는 누굴까 아무 꿈 없 질 않나
나는 누굴까 내일을 꿈 꾸는가
나는 누굴까 혹 아무 꿈 (하략)
위의 노랫말은 1989년 발매된 ‘봄 여름 가을 겨울’ 2집 앨범에 수록된 타이틀 곡 ‘어떤이의 꿈’ 의 일부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1986년 ‘김수철과 작은거인’의 기타리스트였던 김종진, 김현식(보컬), 유재하(키보드), 정태관(드럼), 박성식(키보드), 장기호(베이스)등이 거쳐간 퓨전 재즈 스타일의 록밴드 그룹이다.
‘봄 여름 가울 겨울’은 당시 음악 시장의 정서가 발라드 중심으로 변화하던 탓에 락 밴드 들의 활동에 부침이 있었던 시절로 기억된다.
‘어떤이의 꿈’은 87년 대학을 졸업하고 기자라는 사회적 명함을 가진 한 청춘이 오브리(오블리가토:obbligato의 일본식 변형)바에서 가끔 흥얼거렸던, 30년 넘게 기억창고 뒤편에 쟁여 놓였던 노래다.
2024년 12월 계엄(?)정국에 기억회로의 저편에 있던 ‘어떤이의 꿈’이 흥얼흥얼 재생되기 시작했다.
새장 속에 던져진 한 마리 물고기가 연상되어서일까. 젊은 날 시위를 통해 학습된 기억을 더듬어도 계엄은 군사독재, 극악의 불의함이다. 부정이 뼈속까지 각인시킨 유전학적 반응이다.
아마도 이 노랫말을 빌어 내일을 꿈 꾸며 다양한 색체의 목소리가 존중받았던, 창의와 자유를 사랑하는 젊은 날의 자유가 그리웠던 모양이다.
나에게도 어린 날의 꿈이 있었다.
등용문을 올라 미꾸라지 용 되는 꿈을 꾸었던 국민학생들의 장래희망은 대통령, 판 검사, 의사 였다, 지금의 초등학생들은 운동선수,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을 장래희망이라고 말한다.
국민학생들은 가문의 재건을 위해 형설지공의 노력으로 등용문을 두드렸다면 지금의 초등학생들은 자신의 꿈과 달란트를 중시하는 자유로운 세대이다.
월남전이 끝나갈 1970년 무렵, 어린 나는 서울역사 한 켠에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동작동 국립묘지를 거쳐 집으로 돌아갈 기차를 타기 위해서였다.
역사 바닥을 응시하고 있는 나에게 한 소년이 다가왔다.
하얀 와이셔츠에 나비넥타이 맬빵바지를 입은 서울말씨의 통통한 얼굴에 가르마를 타 도시스럽고 단정했던 그 아이는 쪼그려 앉은채로 나에게 질문을 해댔다. “너는 이름이 뭐니”, “나이는 몇 살이니”, “여기는 무슨 일로 왔니”, “너 꿈은 뭐니”라며 관심을 보였다.
고향은 어디고, 나이, 무슨 일로 서울에 왔는지 등을 이야기한 후 “내 꿈은 대통령”이라고 했던 것 같다.
그 친구도 잠시 머뭇거리는 듯 하더니 “나도 꿈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때 마침 가까운 곳에 있던 부모 또는 할아버지 할머니 인 듯 한 분들이 그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손짓했다.
그 아이는 뛰어가다 뒤돌아보며 나를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내가 나이가 많으니 내가 먼저 대통령을 하고 너는 내 다음에 대통령을 하면 된다. 알아들었니. 그리고 이제부터 내가 형이야. 다음에는 나를 형이라고 불러야 한다. 또 만나자”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객지에서 스스럼없이 내게 다가와 대통령이 꿈이라고 같은 꿈을 말한 친구를 만난 일은 어린 날 나에게 있어 제법 특별하고 또렷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번 계엄사태를 지켜보며 그 아이는 과연 꿈을 이루었을까. 나는 지금 이 시대에 대통령을 꿈꾸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반문하게 된다.
2024년 12월에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나는 민주주의의 대단한 성장을 지켜보았고 과거와 다른 계엄을 보았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완성되어감을 목도했다. 민주주의의 우월함과 대한민국 국민들의 저력을 보았다. 아쉬움은 이번 사태가 정쟁의 불쏘시개가 되고 진영을 우선하는 집단적 보호색으로 뒤덮일 가능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민이 1류임을 확인시켜준 계엄사태이지만 여전히 정치는 자정력에 한계를 드러내며 끝내 3류 4류에 머물러 있지 않기를 바란다.
내란 혐의 앞에 대통령도 탄핵에서 자유롭지 않은 나라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국민도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국민은 정치 권력에 충직한 진영의 편이 아니라 자유의지를 존중하고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며 삶에 책임을 다하는 대한민국의 주인이다.
미래는 꿈꾸는 자. 꿈은 자유하는 자의 몫이다. 꿈을 방해하고 진실을 왜곡하며 권력을 앞세워 방해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 역시 자유에 반하는 세력이다.
하늘을 날며 자유롭게 이동하는 새는 알을 낳기 위해 자유를 포기하는 대가를 각오하고서라도 둥지를 튼다. 한낱 미물도 새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다.
윤도현 밴드가 부른 노래 ‘나는 나비’의 노랫말처럼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처럼.
연약한 애벌레가 박제되듯 우화를 거쳐 화려한 날개짓하며 하늘을 난다. 자유를 만끽하는 나비. 세상 속에서는 여전히 연약하지만 날개라는 자유로움이 더해졌다.
역사는 도도히 흐르는 물줄기와도 같다. 세상 속에는 우리가 지켜야할 소중한 둥지가 있고 삶이 깃들어 있다.
억압은 자유를 어둠은 빛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하늘길, 바다길, 신작로이든 오솔길이든 가야하는 길은 가야한다; 비행기를 자전거를 괴나리 봇짐을 싸서 걸어서 가든 가고 싶은 길을 선택하면 된다.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 기어서라도 가면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두렵다 말하지 말자. 오늘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앞날을 예단할 수 없지만 계엄사태 전과 후, 나도 대한민국도 확연히 달라졌다. 계엄 이상으로.
세계로 가는 기차 타고 가는 기분 좋지만
그대 두고 가야 하는 이 내 마음 안타까워
그러나 이제 떠나가야 하는 길 위에 서서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이제는 정말 꿈만 같던 시간들은 지나고
밝아오는 내일들의 희망들을 향해
이제는 정말 떠나가야 하는 길 위에 서서
너와 나의 꿈은 하나리
춤추는 시간들은 모두다 지나가고
밝아오는 잿빛하늘이 재촉하는 지금
이제는 정말 떠나가야 하는 길 위에 서서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춤추는 시간들은 모두다 지나가고
밝아오는 잿빛하늘이 재촉하는 지금
이제는 정말 떠나가야 하는 길 위에 서서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너와 나의 꿈은 하나니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너와 나의 꿈은 하나니
들국화의 1집 '세계로 가는 기차'의 노랫말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