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의 봄 사로잡는 '뱅아리' 를 살리자
  • 입력날짜 : 2007. 03.24. 14:51
봄철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우는 백어잡이가 시작됐다.
매년 이 맘 때쯤이면 거제는 고로쇠 수액과 더불어 백어가 봄철 특미로 손꼽힌다.요리과정에서 열을 가하면 몸체가 하얗게 변한다하여 일명 사백어라고도 불리는 백어는 병아리라는 별명이 더욱 친근하게 통용된다.

민물의 송사리와 크기가 비슷하지만 비늘이 없고 점액질이 많아 미끌거리고 속이 훤히 보일정도로 투명한 것이 특징이다.백어는 죽은 것은 버리고 산채로 미나리와 오이, 당근, 배 등을 채로 썰어 무친 회무침에 산채로 부친 전과 계란을 풀어 넣고 끓인 국이 대표적인 요리다.
이 때 파를 듬뿍 썰어 넣어야 제 맛이 난다.

백어는 기수지역(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곳)의 자갈밭에 산란하기 위해 하천을 따라 올라올 때 어획이 시작된다.일단 4월 중순을 넘어서면 눈알이 생기고 뼈가 딱딱해져 이후에는 먹지 않으며 백어 요리도 이젠 잠깐 맛보는 것으로 옛 향수를 달랠 정도다.
하천 수량이 풍부하고 물이 오염되지 않았을 때는 민물이 내려가는 도랑마다 지천으로 잡혔지만 최근에는 귀하디 귀한 손님이 돼 버렸다.

거제에서도 겨우 거제면 외간 간덕천, 송곡마을천, 동부면 산촌, 율포, 타포 등지에서 조금씩 나오지만 잡히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이재완(49.장강산업 대표.신현읍 장평리)씨는 “불과 수년 전만해도 병아리 먹는 재미가 솔솔 했는데 너무 귀해서 한두번 맛보는 것으로 지나치기는 너무 아쉽다”며“최근 날씨가 변덕을 부리지만 백어 맛을 보고나니 비로소 봄을 맞는 것 같다” 고 백어 예찬론을 들려줬다.

봄을 사로잡는 병아리의 계절

4월이 오기 전 거제 병아리(사백어)가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전으로 회무침으로 국으로,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1년에 특히 봄에 산란을 위해 강을 거슬러 오르는 사백어. 그물을 쳐서 한달 남짓 사백어 잡이가 가능하다.

남해안 봄 볼락이 피는 시기와도 같아 낚시꾼들에게는 사백어가 훌륭한 볼락미끼로 쓰인다.
거제에서는 거제면과 동부면 둔덕면 등지에서 사백어 요리를 맞볼 수 있다.
진달래 피는 봄을 알리는 귀한 손님 사백어, 그러나 이 사백어가 해가 갈수록 귀해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봄을 맞아 각 지역마다 축제준비에 바쁘다.
대금산 진달래 축제에서부터 봄꽃숭어축제, 산방산 참꽃축제, 계룡산 임도 달리기 대회 등 등 봄맞이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다.

축제도 문화여야 한다.
먹거리를 통해 봄의 미각을 살리고 삶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그런, 1년에 사백어가 나는 계절이 아니면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소박한 축제가 열렸으면 좋겠다.

전 기성신문 사장(현 거제신문 전신)을 지냈던 신홍규씨는 지난해 <사백어를 살리자>는 글을 지역신문인 <거제중앙신문>에 기고했었다.

한해가 지나 다시 봄이오고 둔덕천, 산양천에는 사백어가 돌아왔다.
미식가들의 발걸음은 벌써 이곳을 찾아 사백어 초무침, 전, 계란국에 막걸리로 입맛을 돋우고 있다. 거제의 봄을 사로잡는 뱅아리를 살릴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자는 이야기도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사백어(沙白漁)를 살리자

신홍규 해금강화랑 대표
사백어(沙白漁)라는 이름은 모래같이 작고, 하얀 고기라 해서 명명된 것이리라.
거제 사람들은 그냥 뱅어 혹은 뱅아리라고 부르는데 그건 백어(白漁)에서 뱅어, 뱅아리로 변화된 것이라 생각된다.
3월 초순부터 4월초순까지 맑은 민물(1급수)이 내려오는 하천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곳에다 산란을 위해 바다에서 올라온다.
사전에는 '농어목 망둑어과의 바다 물고기'라 되어 있는데 영어로는 ice goby다.

어째서 사백어가 대가리가 크고, 눈이 툭 튀어나온 망둑어 등과 비슷한 어종으로 분류되는 건지 전문가가 아니 나로서는 불만이지만 어쩔 수 없다.
다만 한자로 된 사백어나 백어, 심지어 뱅아리라는 호칭까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자세히 사백어를 관찰해 보면 필자의 이의가 타당하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5cm 남짓한 이 고기는 몸 전체가 무색투명하다. 눈까지도 산란을 하기 전에는 표가 나지 않을 정도다. 그런 면에서는 영어식 이름인 얼음망둑어(ice goby)가 더 어울릴 듯 하다.
그러니 죽어서나 하얗게 변하는 이 고기를 이르는 사백어나 백어가 적당한 이름이 될 수 있을까?

사백어를 좋아한 나머지 짧은 실력으로 '봄을 알리는 고기'라는 뜻의 '報春魚(보춘어)' 혹은 '매화꽃이 필 무렵 찾아 오는 흰꽃 색깔과 같은 고기'라 하여 '川梅(천매)'라 불러보기도 했고, 순우리말과 '얼음멸치', 혹은 '맑은 멸치', 거제식으로 '얼음 멜' 혹은 '맑은 멜'이라 해 봤지만 아직 마음에 드는 이름을 찾지 못했다.

아무튼 이 고기는 다른 어종의 치어(새끼고기)가 아니라 봄에 우리가 만나게 되는 5cm 정도의 작은 몸이 성어(어른 고기)이며, 위에서 언급한대로 봄에 산란을 위해서 모천(母川)으로 돌아오는 회귀성 어종으로 보인다.
연어나 대구처럼 큰 고기만 제 난 곳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사백어도 저가 태어난 내(川)로 되돌아 온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기특한가. 해서 사백어 자체가 '고향으로 향하는 순수한 마음'을 상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산란을 위해 민물에 올라온 사백어 성어는 먹이를 전혀 먹지 않고, 소화기관은 퇴화한다. 암컷은 산란이 끝나면 죽고, 수컷은 알이 부화할 때까지 보호하다가 죽는다.
이 때 눈이 생기고 뼈가 세져서 못 먹는다고 한다. 민물에 올라온 이후로는 아무 것도 먹지 않으므로 민물 먹이로 인한 기생충에 감염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이 고기는 뼈와 비늘이 없어 조리하기가 쉬울 뿐 아니라 비린내가 없고 소화가 잘 되므로 비위가 약하거나 위장이 안좋은 사람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그래서 회나 무침, 국, 찜, 전을 두루 해먹는데, 특히 봄철에 나는 파나 달래, 그리고 토종 계란과 잘 어울려 담백하고 독특한 맛을 낸다.

그러나 한달 남짓한 짧은 기간에 반짝 몇번 나다가 이내 사라지니 민첩한 사람이 아니고는 감히 맛도 볼 수 없다.
그래서 맛을 아는 지인들끼리 사백어 요리는 먹으면서 '이것이야 말로 왕후장상이나 즐길 수 있는 가히 제왕의 식품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더니 모두가 웃으며, 옳은 말이라 동의한 적이 있다.

어렸을 적에는 대우조선이 자리잡은 아양천이나 아주천에서 양철동이로 하루에 몇동이씩 떠와서 온동네가 국이나 전을 해 먹곤 했는데 지금은 둔덕 하둔천이나 동부 산양천에서 조금씩 나는 것으로 겨우 맛을 보는 정도니 아쉬울 뿐이다.

올해도 두어번 둔덕으로 가서 사백어 요리를 먹었는데 그 뒤로는 기회가 있어도 가지 않았다. 값이 비싼 이유도 있었지만 "해마다 잡히는 양이 줄고 있는데 특히 올해는 현저히 양이 적다"는 식당 주인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나 하나 먹지 않는다고 사백어가 불어 나거나 잡힌 고기를 놓아 줄리는 없지만 여러 정황으로 보아 머잖아 이 고기를 먹지 못하게 될 것 같은 염려가 갑자기 솟아나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천 정비하는 명목으로 바닥을 박박 긁어서 바위자갈로 제방을 만드느라 사백어 산란처를 없애 벼렸으니 그 여리고 약한 생명이 어찌 부지할 수 있을까.
5월달 쯤 사백어가 돌아오는 하천에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의 자갈돌을 주워 뒤집어보면 하얗고 깨알보다 작은 것들이 돌 뒤에 붙어 꼬물거리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그렇게 알을 낳을 수 있는 바닥돌들을 몽땅 치워버렸으니 사백어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데 그것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애향심이란 자기가 태어난 곳을 막연히 기억하거나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그곳을 특징짓는 모든 것을 아끼고 사랑할 뿐 아니라 그것들을 지키고자 하는 적극적인 행위를 요구하는 마음일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선대 조상으로부터 이어받은 가치있는 것들은 그대로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의무 또한 이 땅에 사는 우리에게 지워져 있다. 몇해전 관계자들의 무지로 거제개를 육성보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필자로서는 사백어 또한 그와 같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할 텐데 아무도 나서지 않으니 못난 나라도 한마디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대구(大口)를 살려낸 거제시민들이여,
사백어도 살릴 수 있도록 관심과 지혜를 모아주십시오. 그리고 5·31지방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이여, 당신들이 진정 애향심을 갖춘 사람이라면 거창한 공약일랑 접어두고 저 작고 귀여운 사백어 살릴 방안이나 좀 내 놔 보소.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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