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가 거제시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현대산업개발의 행정처분을 감경한 결정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경실련을 비롯한 거제지역시민단체연대협의회(이하 시민단체연대)는 4일 ‘거제시의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처분 경감결정은 절차와 내용의 정당성이 결여된 부당한 결정이라며 행정처분을 보류하고 대법원의 최종선고를 기다릴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권민호 시장에게는 계약심의위원회에서 불거진 여러 가지 의혹을 규명하고 해소하기 위해 최종 결정까지의 모든 회의록을 공개하고, 이같은 사태를 초래한 재심의 결정을 거부하는 것이 잘못을 바로잡는 최선의 길이라고 밝혔다.
경남 거제시계약심의위원회는 지난달 31일 현대산업개발이 요청한 입찰제한 기간감경건을 심의한 끝에 입찰제한 기간을 종전 5개월에서 1개월로 감경처분했다.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 참가자격을 경감할 수 있는 권한은 자치단체의 장에게 있다.
권 시장은 지역의 따가운 여론에도 불구 4일 오후 또는 5일 심의위원회 결과(감경처분)를 현대산업개발에 서면으로 통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경우 그 위반 정도가 경미하거나 그 밖에 정상을 참작할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그 입찰 참가자격의 제한기간을 경감할 수 있다' 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76조(부정당업자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기준 등)4항은 단체장의 재량행위에 속한다.
<이하 성명서 전문>
거제시의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처분 경감 결정은 절차와 내용의 정당성이 결여된 부당한 결정이다
거제시 계약심의위원회(이하 계약심의위원회)가 2009년 자신이 내린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처분(입찰제한 5개월)을 번복하고 이를 1개월로 경감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현대산업개발이 신청한 내용 그대로를 사실상 100% 수용한 결과이다. 이번 사건은 거제시 계약심의위원회의의 이름으로 가결된 것이지만, 실제 거제시장이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였고, 심의위원회에 앞서 자문위원회, 자문회의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재심의 신청서를 논의하고 의결했다는 점에서 거제시장이 직접적인 사건의 진원지라 할 수 있어 더욱 우리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이 되고 있다. 우리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이하 시민연대)는 이 같은 결정이 기초자치단체에서는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45억원이라는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떼먹은 기업의 사기행각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이라 규정하고 이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사건의 개요
이번 계약심의위원회가 재심의한 사건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현대산업개발이 장승포-옥포구간 하수관거정비사업을 시행하면서 실제로는 하지도 않은 공사를 한 것처럼 허위서류를 작성해, 총 공사비 60억 원 중 약 45억 원 정도를 편취한 것으로써 관련자 전원이 사법부로부터 유죄판결을 받았던 사건이다. 당시 거제시는 현대산업개발이 부당하게 편취한 45억 원에 대해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함으로써 이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계약심의위원회와 거제시가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5개월간의 입찰제한 결정을 내렸고, 현대산업개발은 이 결정이 부당하다며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해 1심(현대산업개발승소), 2심(거제시승소)을 거쳐 6월중 대법원판결이 예정된 사건이다. 대법원판결을 불과 두 달 앞둔 지난 4월 말 현대산업개발은 느닷없이 4년이 다 되어가는 2009년도 계약심의위원회 결정(5개월간의 입찰제한)이 지나치다며 1개월~45일간으로 경감시켜달라는 재심을 청구한 것이다.
법적근거가 희박한 ‘자문위원회’, 현대산업개발과 거제시의 사전결탁 의혹이 짙다.
현대산업개발이 재심을 청구하자 거제시(장)은 즉시 ‘민원재심 자문위원회’를 급조하고 자신이 선정한 자문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자문위원회의 법적근거에 대한 논란으로 위원들이 자진하여 위촉장을 반납하기는 했지만 이후 자문위원회의 이름 대신 “자문회의”로 이름을 바꿔 논의하였고, 회의 과정에서 대시민사과(광고,기자회견)와 현대산업개발의 지역 ‘공익사업’ 등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와 같이 문제의 소지가 많은 자문절차를 제안한 자가 누구인지(시장인지, 자문위원인지, 현대산업개발인지)가 밝혀져야 한다.
이 내용은 이후 계약심의위원회의 회의과정에서도 일관되게 논의의 중심에 있었고, 행정절차 및 사회적 관행 상 문제의 소지가 많아 위원들 간 갑론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법적근거가 희박한 자문위원회에서부터 이미 2009년도 행정처분의 경감을 전제로 현대산업개발과의 물밑 거래가 진행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거제시장이 자문위원회를 주도한 점으로 미루어볼 때, 현대산업개발과 거제시의 결탁의혹이 생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거제시장이 자문위원회의 구성배경과 결정사항에 대해서도 낱낱이 공개되어야 한다.
계약심의위원회 결정은 시민의 명예와 정당한 행정행위를 기업의 돈과 맞바꾼 것이다.
계약심의위원회의 이번 경감조처는 현대산업개발이 53억원 상당의 지원사업비와 맞바꾼 것이다. 53억원은 과거 현대산업개발이 부당하게 받아갔다가 반납한 45억원과 그간의 물가상승분을 포한함 금액으로 알려지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재심의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줄곧 재심의를 통해 행정처분을 1개월~45일로 낮추어주면 50~70억원 정도를 현안사업지원 또는 현금기부의 형태로 거제시에 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해당기업 임원이 사업지원 또는 기부가 계약심의위원회의 재심의 결정과 무관하다고 하지만, “거제시가 우리 회사를 믿고 선처해주는 만큼 우리 회사도 거제시를 위해 노력하겠다”라는 인터뷰나 ‘명분과 실리’를 논하는 것이나, 재심의를 신청하는 이 시점에 와서야 그러한 지원 및 기부의사를 밝히는 것을 보면 누가 보더라도 계약심의위원회의 경감처분과 자신들의 돈을 연계한 것이 분명하다.
결론을 놓고 보면 계약심의위원회는 현대산업개발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돈을 얼마나, 어떻게 받을지 등에 대한 논의보다, 부당하게 국민의 세금을 편취한 기업의 부정당행위에 대한 엄정한 단죄를 통해 유사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아야 한다는 시민과 국민의 법감정과, 2009년 당시 행정처분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했다.
만약 2009년 행정처분이 타당하다고 인정한다면, 달라진 것은 기업이 돈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것 밖에 없다. 계약심의위원회가 거제시민의 명예와 행정처분의 정당성이 걸린 이 문제를 기업이 내민 대가성이 있는 거래를 염두에 두고 심의했다면 이는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될 것이다.
행정처분에 대한 경감을 목적으로 하는 안건을 재심의하는 전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또한 그것이 재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도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언론보도대로 “재심의 여부에 대해 거제시 자문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재심의에 들어갔다”는 관계자의 이야기는 명확한 법적 근거에 의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문제들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면, 얼마남지 않은 대법원 판결을 통해 법의 해석을 기다리는 것이 나았다.
계약심의위원회의 절차상, 내용상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최소한 4차까지의 전 회의기간 동안의 회의록과 관련 자료 일체를 즉시 공개해야 한다.
현대산업개발의 자본을 앞세운 여론매수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현대산업개발이 이번에 청구한 ‘입찰제한 경감신청’은 기업의 절실한 필요에 의한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몇 가지 점에서 현대산업개발의 ‘경감신청’과 이를 전후한 여론화 작업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첫째, 2009년 이미 현대해상개발은 5개월간의 입찰제한이라는 애초의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것은 당시 계약심의위원회의 결정과 거제시의 행정처분을 전면 부정한 것이었다. 대법원 판결을 눈앞에 두고, 이제 와서 처분을 경감시켜 달라는 것은 패소로 예상되는 대법원 판결 이전에 로비와 여론전을 통해 이를 뒤짚어 보려는 술수에 다름 아니다.
둘째, 자문위원회 당시부터 불거졌던 경감처분을 조건으로 거제시 현안사업을 지원하겠다는 등의 발상은 넉넉하지 못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사업을 볼모로 한 전형적인 대기업의 여론매수 행위이다. 애초 행정처분이 있은 지 3년 8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기자회견을 하고, 언론에 광고를 내고, 기부금을 약속하는 행위가 시민들로부터 그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없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불법으로 편취한 45억도 직접 반납한 것이 아니라 소송 결과에 따라 마지못해 반납한 것이나, 행정심판청구 등 부당함을 호소하는 법적절차를 제치고 행정소송부터 제기한 것이나 진정성이 없음을 증명하는 현대산업개발의 행각은 줄을 잇고 있다.
거제시는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하고, 관련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계약심의위원회가 한 결정은 여러모로 절차상 또는 내용상 결격사유가 있다. 따라서 거제시(장)는 계약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행정처분을 보류하고, 애초 행정처분에 대한 법원의 최종판결을 기다리는 것이 순리이다. 그것이 일관성있는 자치행정이며,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자치단체의 모범을 세우는 길이다. 자칫 성급하고도 무리한 결정으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것은 거제시장으로서 우리나라 전체의 행정집행에 물의를 일으키는 짓임을 알길 바란다. 또한 거제시장이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최소한의 의지가 있다면 이번 법적자격이 의문스런 자문위원회, 재심의로 논란이 된 계약심의위원회에서 불거진 여러 가지 의혹을 규명하고 해소하기 위해 최종 결정까지의 모든 회의록을 공개하고, 이같은 사태를 초래한 재심의의 결정을 거부하는 것이 잘못을 바로잡는 최선의 길임을 알아야 한다.
2013. 6. 4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
<거제경실련, 거제개혁시민연대, 거제농민회, 거제민예총, 거제여성회, 거제YMCA, 거제YWCA, (사)좋은벗, 통영거제환경연합, 참학거제지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