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문화칼럼]닥치고 예술교육
김형석/컬처 크리에이터(Culture Creator), 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 입력날짜 : 2012. 01.10. 12:30
“음악을 하지 않은 내 주변 남자아이들은 결국 범죄와 마약에 빠져들었다. 수업을 받으러 갈 차비조차 없는 나에게 ‘엘 시스테마’는 신의 은총이나 다름없었다. 음악을 배워 음악가로 성공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음악이 인생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자체를 가치 있게 생각한다.”

엘 시스테마 출신들이 성장해 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힘이 되기를 바란다는 뉴욕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의 말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서 친구 사이인 그의 열정적인 성공신화 일거수일투족을 글과 동영상을 통해 지켜본다는 건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기분이다.

벌건 대낮에도 마약상들 간의 총격전이 벌어지고, 15살만 되어도 마약에 중독되는 남미의 가난한 나라. 아이들의 미래를 구원하기 위해 경제학자이자 오르간 연주자는 엉뚱하게도(?) “총 대신 악기를 들어라!”라고 외쳤다.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오케스트라’로도 국내에 소개된 엘 시스테마(EL Sistema)는 베네수엘라의 국가 지원을 받는 음악교육 재단이다. 1975년 경제학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가 조직했던 ‘음악을 위한 사회행동’을 전신으로 하는 재단이다. 정식 명칭은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으로, 음악을 이용하여 마약과 범죄에 노출된 빈민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엘 시스테마는 청소년 오케스트라, 음악센터, 음악 워크숍의 연합으로서 37년이 흐른 현재 베네수엘라에서만 200만여 명의 소외계층 아이가 음악을 배웠다. 총기, 마약, 가난으로부터 위협받는 11명의 빈민가 아이들이 모여 연주를 시작한 이후, 차고에서 열렸던 음악교실은 수십 년이 지나면서 전국으로 확대된 것이다.

현재 대통령 직속의 특별 국가재단으로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1년간 9억 볼리바르(약 3000억 원)의 지원을 받으며, 125개 유스 오케스트라와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엘 시스테마는 훌륭한 음악인을 키우는 기관이 아니다. 인성 개발을 중시하며 사회에 더 나은 시민을 양성하는 게 목적이다. 마약과 폭력 등에 노출된 아이들이 우리와 함께 음악을 배우면서 어떻게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인식하게 하려는 것.” 교육을 통한 사회개혁을 실천한 엘 시스테마 공동 창립자 비올리스트 프랑크 디 폴로는 강조했다.

엘 시스테마는 단순히 악기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음악 이상의 가치가 있다. 창립자들의 역발상의 신념과 철학은 단순했다. 삶에 대한 희망이다. 가난은 외로움과 슬픔이지만 합주하는 순간만큼은 환희와 열정, 성공에의 공감이다.

오케스트라는 공동체로서 함께하여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것으로 아이들은 조화로운 하모니를 통해 인간애와 사회적 가치도 자각할 수 있다.



엘 시스테마는 마약과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빈민 아이들을 모아 예술교육을 통해 마음의 병과 사회문제를 치유하고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배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엘 시스테마'를 벤치마킹했다. 문화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지원으로 ‘누구나 즐기는 음악’이란 슬로건 아래, 청소년 오케스트라 무상교육 프로그램이 전국에 추진 중이다.

‘우리의 목적은 아이들을 전문연주자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범죄와 마약에서 구출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절박함에서도 희망을 연주했는데, 잘산다는 대한민국은? 예의가 없는 부의 편중, 양극화, 복지 논쟁, 불공정사회, 문화산업의 착취구조에다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 논란, 청소년 학원폭력과 자살 등 많은 사회문제로 시끄럽다.

공염불이 된 747 공약과 관광, 체육이 누더기처럼 붙은 문화부 예산 2% 확대? 이젠, 문화시설 토건 위주의 정책 지양하고, 사람을 위한 창조성엔 생색내기 문화예산이 아니었으면 한다. 문화의 통합, 소통, 나눔이란 의미는 지역, 세대, 소득과 상관없이 따뜻하게 누리고 어울리는 것이다.

올해는 선거의 해. 다음 정부에선 ‘예술의 힘’을 아는 정치인이 뽑혀, 거시적이고 체계적인 ‘희망의 시스템’으로 진정한 행복공동체 복원을 위한 작은 시작이라도 했으면 한다. 미사여구 거창한 목표보다 공평하게 미래세대, 아이들의 꿈을 이루어주는 사회만이라도 만들었으면...



모닝뉴스 기자 webmaster@morningnews.or.kr        모닝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모닝뉴스 (http://www.morningnews.co.kr) 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mornin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