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포기’ 인생의 참 진리
[출가의 변(辯)] 법을 찾는 발걸음
혜광스님(동부면 약사암 주지)
  • 입력날짜 : 2005. 01.19. 11:54
혜광스님
지난해 11월 내가 티벳과 인도의 불교 성지를 3개월여 여행하는 동안 국내의 MBC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출가’가 방영되자 수많은 네티즌 들이 비록 삭발염의하고 독신으로 사는 정식 출가는 못 하드라도 단기 출가는 꼭 하고 싶다는 글을 홈페이지 올린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출가는 경쟁에서 탈락한 패배자들의 현실도피처나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사람들의 피난처 정도로 여겼었다. 이처럼 부정적인 시각에서 일종의 동경의 눈으로 바뀐 것은 엄청난 문화적 변동임이 틀림없다.
최근 세속의 부귀공명보다 인생의 참 진리를 깨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풍미하면서 이른바 사회적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출가가 줄을 잇고 있는 시점에서 내 자신 수년간의 재가(在家) 수행에서 삭발 염의 할 용기(?)를 갖게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였다고나 할까.
전 KBS사장 박모씨를 비롯하여 경찰고위 간부 출신이나 부장판사, 고시에 합격한 청년이 관직을 버리고 수행의 길을 택 했단다. 이들은 현실 도피가 아닌 참 행복을 찾고 진정한 나를 찾아 ‘대 자유의 문’으로 들어 선 것이다.
부처님의 출가를 보는 서양인들의 표현을 빌리면 ‘위대한 포기(great renunciation)' 라고 한다. 부처님의 출가 동기에 관하여 사문유관(四門遊觀)이란 설화가 전해져 온다.
즉 인도 가비라왕국의 왕자인 싯다르타(부처님의 세속명)가 왕궁의 동문으로 나갔다가 허리가 꼬부라진 늙은이를 보고 서문으로 나갔다가 병든 사람을 보고 남문으로 나갔다가 죽은 사람을 보았고 마지막으로 북문으로 나갔다가 생로병사를 해탈하기 위해 수행하는 수도자를 만난 뒤 장차 왕위를 이를 태자의 자리를 버리고 출가를 결심하였다고 한다.
부처님의 출가 동기는 단순히 생로병사에 대한 충격 이라기 보다는 삶이나 인생의 근본 속성 가운데 하나인 ‘존재하는 것은 모두가 소멸한다’는 무상(無常)을 중생들의 삶 속에서 관찰하고 무상함에서 연연하지 않는 그 무었을 찾기 위함 이였고 그 무었을 찾아 내어 모든 중생들에게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안겨 주기 위함이 였으리라 생각 된다.
흔히들 종교를 왜 믿느냐고 묻는다면 죽어서 천당, 극락세계에 갈려고 믿는게 아니냐고 우스게 소리를 하는 이가 많다. 죽어서 지옥에 가기 싫어 나쁜 짓과 회개를 반복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종교를 믿는 사람이라 할수 있을까? 부처님의 가르침, 즉 팔만사천경을 어느 학자가 말 하기를 한마디로 표현 한다면 ‘마음 다스리기’라 했다.
과연 그 말이 진실인지는 그 많은 경들을 내 눈이 어두워 읽지 못할 때 까지는 읽을 생각이다. 부처님의 10제자 중에는 아난타를 비롯한 두 사람의 왕족 출신도 있지만 이발사 출신의 우바리(Upali)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지계제일(持戒第一)로 꼽았다.
천민출신으로 가난하여 교육도 받은바 없는 그가 계율을 만들어 실천하고 중생들의 희로애락을 눈여겨 살핀 총명한 제자 였다고 한다. 비구(남승)에게는 150계, 비구니(여승)에게는 348계(戒)의 계율을 가르쳤다고 하니 학교 공부가 다가 아닌 듯도 싶다.
이 제자의 얘기를 하는 것은 그 많은 계를 가르친 것은 단순히 그들 수행자들의 계율이 아니라 이 계율을 넓이 전파하여 모든 중생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마음을 다스리며 가난하고 병들고 불행에 처한 이웃을 위해 내가 무었을 해야 할 것인가를 일깨워 주는 우리의 생활 지침서가 아닌가 한다.
우리의 마음 안에 지옥과 극락이 공존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가진 자는 더 갖기 위하여, 지위가 높을수록 더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현실에 감사할줄 모르고, 남이 잘되는 꼴을 보지 못하는 사람, 모두가 마음의 지옥에서 허위적 거리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 겠는가. 사난득(四難得), 즉 사람으로 태어 나기가 어렵고, 남자로 태어 나기가 어렵고 중이 되기가 어렵고 부처님의 법을 깨우치기가 어렵다고 했는데, 오늘 어찌 어찌하여 법당에 놓인 어머니가 물려주신 염주 알을 매만지면서 어릴 적에 어머니 손을 잡고 부처님 앞에 앉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고 절밥이 그렇게도 맛있었던 기억이 되 살아 난다.
칠성줄을 타고 났다, 명줄이 짧게 태어 났기 때문에 나를 부처님께 바치겠다는 부모님의 상의하는 소리를 듣고 놀랐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 나를 동자승이 되게 하여 청사초롱 앞세우고 큰스님 뒤를 따르게 하였더라면 지금쯤 염불하고 목탁치는 솜씨는 남다를 텐데 말이다. 이곳 약사암을 심심찮게 찾아주는 불자들이 있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소설 쓴 이해당을 찾다가 삭발하고 중이 된 사실을 알고는 놀라기도 한다. 법당(약사전) 꾸미느라 하루가 짧다. 헌집을 개조하여 만들다 보니 무척 힘이 든다.
이제 법회를 할수 있을 만큼 준비가 마무리 되었다. 절간에 불제자들의 복을 짓게 하는 복전함이 왜 없느냐고 한다. 혼자만 복을 짓지 말라는 이곳을 찾은 어느 스님의 말씀도 조금은 이해가 간다. 오는 3월 중순쯤 세계불교 승왕청 승왕이신 석인왕 대사를 비롯하여 외국의 몇몇 큰스님을 모시고 부처님 봉안식을 올릴 날이 기다려 진다.
부처님의 출가처럼 위대한 포기도, 해박한 법문으로 중생구제도, 성공한자의 행복 찾아 대자유의 문을 두드리지도 않은 오직 진정한 나를 알고 싶고 부처님 말씀에 귀 기울이며 남은 여생을 보람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오늘도 법당에 촛불을 밝힌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약사암: 055-632-2483, 018-591-1322 Fax: 055-632-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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