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서울대 법대', '판사', 그리고 '최고위원'.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과 민주당 조배숙 최고위원의 공통점이다.

현재 여야를 대표하는 유일한 여성 최고위원인 이들은 서울대 법과대학과 동대학원 법학과 선후배 사이다.

1979년 조 최고위원이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지 7년 뒤인 1986년 나 최고위원이 같은 대학 같은 과를 졸업했다. 또 조 최고위원이 1985년, 나 최고위원이 1989년 동대학원 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는 점 이외에도 판사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조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1호 여검사'를 거쳐 1986년부터 1995년까지 서울지법, 남부지원, 서울 고등법원 등에서 판사를 지냈다. 나 최고위원은 1995년부터 2002년까지 부산지방법원, 인천지방법원, 서울행정법원 등에서 판사를 역임한 바 있다.

같은 학교 선후배 사이면서 여성 법조인이라는 비슷한 길을 걸어 온 이들은 의외로 친분이 거의 없다. 학번 차이 때문이란다.

조 최고위원은 8일 "서울대 재학 당시 나 최고위원을 만난 적은 없고 이후 판사시절 한 여판사 모임에서 마주친 것이 전부"라며 "(나 최고위원과)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길을 걷어 온 이들 중 조 최고위원은 2001년, 나 최고위원은 2004년 국회에 등원했으며 지금은 각 당에서 '유일한' 여성 최고위원이라는 같은 위치에 서 있다.

하지만 이들이 양당을 대표하는 '최고위원'이 되기까지 정치권에서 걸어온 길은 사뭇 다르다.

재선 의원인 나 최고위원이 당의 '얼굴'인 대변인 활동을 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아왔다면, 삼선 의원인 조 최고위원은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등을 지내며 정치인으로서 경륜을 쌓아왔다.

나 최고위원은 2006년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시절 중앙선관위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한편 조 최고위원은 1999년 민주당 창당 발기인으로 정계에 입문해 2006년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또한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인 나 최고위원이 주로 장애인·복지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면 '최초 여검사' 조 최고위원은 여성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점은 두 최고위원의 정치 경력과 전당대회 정견발표 발언 내용에서도 나타난다.

나 최고위원은 2004년 한나라당 장애인복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국회 연구단체 '장애아이 We Can' 회장 및 한국장애인 부모회 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정견발표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면서 약자의 아픔을 알았다. 힘 없는 사람, 소외된 사람, 서민을 위해 정치가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했다.

조 최고위원은 국회 등원 전인 1996년부터 5여년간 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지냈고 2005년 열린우리당 전국 여성위원장을 맡는 등 차기 여성리더로서 기반이 될 수 있는 활동을 펼쳤다.

조 최고위원은 지난 3일 민주당 전당대회 정견발표를 통해 "유일한 여성 후보라는 이유로 최고위원 진출에 외면을 당하고 있다"며 "여성이니까 자동으로 최고위원으로 넣어준다고 하면 어떻게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비슷한 듯 다른 길을 걸어 온 여야의 두 여성최고위원들이 앞으로 의정활동을 어떻게 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