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나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상도동계와 동교동계의 명예를 각각 짊어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하수의 정치를 해서야 되겠느냐"

김황식 국무총리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이 일사천리로 이뤄진 지난 1일 오후,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시종일관 환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 5월 여당의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후 탁월한 대야 협상력을 보이며 큰 무리없이 원내 활동을 이끌어온 그는 총리인준안 표결직후 국회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만나 정치에 대한 소신, 원내 운영 방향 등에 대한 입장 등을 밝혔다.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정치를 시작한 그는 DJ의 최측근인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는 오랜기간 알고 지냈다. 불꽃 튀는 정치 라이벌이었던 양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이들이 여당과 제 1야당의 카운터파트로 만난 셈이다.

김 원내대표는 "추석연휴와 국정감사 일정 등이 잇따라 총리 인준을 위한 본회의 일정을 잡기가 힘들었는데 박 원내대표가 화끈하게 통 큰 협조를 해줘서 잘 됐다"며 "박 원내대표와는 평소 전화도 자주 하고 예전부터 사석에서는 형님으로 모셨을 만큼 신뢰가 두터운 사이"라고 밝혔다.

또 "박 원내대표는 다양한 국정경험과 뛰어난 감각을 가진 존경스러운 정치인"이라며 "파트너를 잘 만났다"고 덧붙였다. 박 원내대표를 자주 만나느냐는 질문에는 "살짝 살짝 자주 만난다"며 웃어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밀실협상을 했다는 비판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런 것이 정치 아닌가"라며 "정치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대화하고 양보하는 과정에서 타협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싸우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하수들이 어설프게 하는 것"이라며 "나와 박지원 원내대표는 동교동계(DJ측), 상도동계의 명예를 짊어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수의 정치를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또 "사실 싸우는 것은 가장 쉬운 방법"이라며 "싸우면 과격한 당내 의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언론도 좋아하겠지만 결국은 국민들만 고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나는 원내대표로 취임한 후 '정치를 복원하겠다'고 밝혔고 지금은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직을 수행하고 있다"며 "원내대표직을 끝낸 후 평가를 받겠다. 박 원내대표와 둘이서 그렇게 하자고 다짐했다"고 털어놨다.

김 원내대표는 향후 원내 일정과 관련, "외교통상부 장관 인사청문회가 시급하다"며 "어제(30일) 박지원 원내대표를 만나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가 있으니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해외국감 일정을 미뤄서라도 장관 인사청문회를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고 부탁했고, 밤 늦게 이 부분에 대한 합의를 봤다. 다음주에는 인사청문회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는 4일 시작돼 3주간 진행되는 국정감사에 대해서는 "여당이라고 해서 정부의 잘못을 무조건 감싸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이번 국감에서 4대강 문제에 초점을 맞출 계획인 것과 관련, "현재 공사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작년 예산 배정과정에서 야당의 합의 하에 처리된 것"이라며 "민주당이 합리적인 대안제시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한다면 마음을 활짝 열고 받아들이겠지만 정략적 공격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배추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식당에서 추가 김치 값을 따로 받고, 조금만 드시라는 문구까지 붙여 놓은 것을 보니 국민들께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초 김장배추 물량이 시장에 나오기 전까지 중국산 배추를 긴급 수입하고 사재기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으니 곧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