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아빠, 그때가 영 좋네
형편이 안되면 자장면도 괜찮다
개구리 뒷다리가 진짜 맛있나
  • 입력날짜 : 2004. 05.04. 11:26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은 “뭐 노는게 더 좋다. 그때가 영 좋네 지금보다. 아빠 형편이 안되면 나는 어린이날 선물로 자장면도 괜찮다.”

아들은 개구리 잡아먹고 뱀도 잡아먹었던 아버지의 5월에 호기심을 가졌다.
개구리를 잡아먹고 뱀도 잡아먹고

허리를 숙이고 숨을 죽이고 살금살금 다가가 한손으로 논두렁에 나온 개구리를 덮친다. 오줌만 냅다 갈기고 첨벙 논으로 달아나는 놈이 태반이다.
대나무 낚시에 밥풀을 매달아 개구리를 낚기도 했다. 개구리 사냥을 할때는 주인에게 들키지 않아야 한다. 논두렁에 심어둔 콩 농사를 망치기 때문에 주인이 수시로 순찰을 돌았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꽃뱀을 잡는 날도 있다.
친구들과 나는 개선장군처럼 바닷가로 내려가 개구리는 허리를 당겨 쭉쭉빵빵 포동포동한 뒷 다리만 남기고 대가리서부터 훑어 껍질을 벗긴 뱀은 딱지칼로 토막 내 사리나무로 꼬지를 만든다.
야산에서 마른 솔잎과 가지를 주워다가 불을 붙이면 꼬지에서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조개도 파서 올리고 고둥도 올려놓는다.

기계독이 올라 10원짜리 구멍이 뚫린 빡빡머리, 훌쩍거리는 코. 매운 연기에 눈물자국이 시꺼멓게 남은 얼굴, 쪼그리고 앉은 모양새하며 불 주위에 빙 둘러앉은 동네친구들의 폼은 지금 생각해도 가관이다.
쫀득하고 바삭한 것이 고소한 맛까지, 잘 익은 개구리와 뱀 구이는 뼈를 남길 것도 없다.

시간만 나면 진흙 수류탄(기분 나쁘면 흙속에 소똥 또는 돌맹이 넣음)을 던지는 총싸움과 칼싸움으로 세월을 보냈던 초등학생에게 개구리 사냥은 먹거리라기보다 동네 형들을 따라하는 대단한 놀거리에 속했다.
그때도 어린이날은 있었다. 5월이 되면 친구들은 외지 돈벌이 나간 형 누나, 외항선 타는 삼촌이 인형이나 로봇, 심지어 자전거에 헬리곱터까지 사올 거라고 뻥을 친다.

하지만 개구리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쯤에는 우리 모두 어린이날 선물 받을 확률이 산타크로스가 세상에 존재할 확률과 거의 같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먹고살기 빠듯한 시골살림이다 보니 어린이날 선물 사내라고 부모에게 떼를 쓰다 빗자루 몽둥이가 날고 지게 작대기에 혼줄 나는 친구들도 있었다.

집 뒤 담벼락에 붙어 눈물을 훔치던 그 친구도 지금에서야 선물을 사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선물하나 사줄 수 없는 처지에 시커멓게 타버린 부모의 심정을 이해한다.

요즘 아이들이 부모에게 가장 받고 싶은 어린이날 선물은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 MP3, 인라인 스케이트, 게임CD, 강아지 등이라고 한다. 하지만 추억속의 어린이날 내가 가장 갖고 싶었던 것은 한 친구가 학교에 들고 온, 훔쳐서라도 갖고 싶었던 멋진 작은 연필깍이였고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자장면이었다.


서용찬 기자 ycseo@morningnews.or.kr         서용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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