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탑을 쌓다 인생철학을 발견하다
거제시 일운면사무소 정도길 계장
  • 입력날짜 : 2009. 05.13. 11:08
이른 봄 제주도를 연상하는 것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은 노랗게 핀 유채꽃이라고 답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른 봄도 아닌 이른 여름인 5월로 들면서 유채꽃은 지고 흔적이 없다. 하지만, 거제 일운면 와현 모래숲해변 입구에는 유채꽃이 활짝 펴 이 길목을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되돌려놓고 있다.

원래 공한지였던 이 곳에 면사무소에서 장비를 들여 땅을 깊게 파헤친 것은 지난 2월 초. 당초 구절초를 식재할 계획으로 씨를 뿌렸으나, 지난해 떨어진 유채 꽃씨가 때 늦게 발아하여 지금은 활짝 만개한 모습으로 유채꽃을 피우고 있다. 5월 1일부터 시작된 연휴 탓으로 거제를 찾아오는 관광객은 노란 꽃물결에 환호성을 지르며 추억 만들기에 분주하다.

와현마을 ‘뒷뫼쉼터’라 불리는 이 곳에는 돌탑이 하나 서 있다. 해학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이 탑은 망치삼거리에서 윤들펜션을 운영하는 김옥곤《거제시펜션협회장, 거제문인협회이사(시인, 운항)》씨가 한달 여 기간동안 정과 공을 들인 탑이다. 거제시 캐릭터인 몽돌이와 몽순이를 형상화했지만, 이 돌탑을 바라보면 묘한 웃음이 나오는 것은 숨길 수 없다.

배불뚝이 몸통에 눈, 귀, 코 그리고 짱구모습을 한 머리에는 삿갓을 일곱 개나 쓰고 있다. 탑을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보이는 것도 특이하다.

이 탑에 전해 내려오는 꾸며낸 전설(?)이 하나 있다.
결혼을 앞둔 청춘남녀가 둘이 합심하여 코를 만지면 똑똑한 자식을 낳는다는 것이다. 코 위치가 높아 혼자서는 손이 닿지 않는다. 그렇기에 남자가 여자를 말목 태워야만 간신히 닿을 수 있다.

남녀간 피부가 닿아야 사랑을 느낀대나 어쩐대나. 아무튼 믿거나 말거나 한 전설이지만, 돌탑을 바라보면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들것 같기만도 하다.

달포 전, 그이에게 흘러가는 말로 돌탑을 하나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게 됐는데, 뜻밖에 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돌탑 쌓기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시간과의 지루한 싸움은 한달을 훌쩍 넘어서야 끝낼 수 있었다.
얼핏 보기에 하루 이틀 쌓으면 될 것 같기도 하지만, 직접 참여하여 경험한 바로는 하루에 20㎝ 이상을 쌓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짧은 기간 너무 높게 쌓으면 무너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돌탑을 쌓으며 느낀 것은 이 세상에 필요하지 않는 사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모든 사물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영혼이 있다는 것을 알았음은 물론이다. 크고, 작고, 잘생기고, 못생기고, 매끄럽고, 그리고 거칠게 생긴 돌 하나하나에 숨어 있는 인생철학을 발견한 중요한 경험이었다.

돌과 돌 사이에 틈새 없이 서로를 연결해 주는 또 다른 돌 하나를 찾는데도 많은 시간을 요구했다. 제자리에 필요한 돌의 위치를 맞추는데도 수십 번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인내를 요구했다.

돌탑 표면에 얼굴을 나타낸 돌은 그래도 행복하다. 사람들이 만져주기도 등을 기대기도 한다.
그렇다면, 돌탑 속에 있는 돌은 행복하지 않을까.
사람마다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돌탑을 지탱해 주는 돌탑 속의 돌이 더 훌륭하고 높이 평가돼야 함은 당연하리라. 어떤 조직에서도 묵묵히 제할 일을 다 하는 구성원이 있기에 그 조직이 잘 돌아가지 않을까. 돌탑 쌓기 체험을 통하여 바라본 오늘의 세상은 조직의 지휘관들에게 이 경험을 꼭 해 보도록 권장하고 싶다는 것.

틈을 내어 그가 운영하는 펜션에 가 보았다.
멀리 눈앞으로 펼쳐져 있는 태평양으로 연결되는 푸른 바다가 시원하다. 오랜 옛날 윤도령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귀양살이를 했다는 윤돌섬은 말없이 쉬고 있다.

해금강을 오가는 유람선은 싱그러운 모습으로 파도를 가른다. 빼어난 절경을 품고 앉은 펜션에는 그이가 만든 작은 돌탑 세 개가 서 있다. 노박덩굴, 담쟁이넝쿨, 능소화 줄기를 동무삼아 안고서.

펜션을 직접 운영하기에 여러 가지 많은 일을 해야 함에도, 무료봉사로 한달 여 기간동안 돌탑 쌓기에 노력봉사를 한 윤들펜션 대표 김옥곤씨. 초출한 저녁식사 접대도 마다한 그이의 성실함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건승과 건필을 기대하면서.


모닝뉴스 기자 webmaster@morningnews.or.kr         모닝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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