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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로또 300만원대 아파트 ‘신기루’ 였다
무능한 지도자의 신념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
  • 입력날짜 : 2018. 09.20. 14:26
권민호 전 거제시장은 자신이 내세운 선거공약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아파트 건립허가가 불가능한 농림지역의 땅을 용도변경해 사업자에게 아파트건설 허가를 해 주었다.

그 대가로 자칭 300만원대 아파트용 부지를 무상으로 기부 받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례적인 이 행보는 그의 정치신념과 무관하지 않다. 불우했던 그의 유년시절과 성장과정, 시대상이 시민들의 감성을 자극했고, 중앙부처를 설득 끝에 국비 282억원도 확보했다.

당시 거제시에서는 일반아파트 분양가가 800만원대 고지를 무너뜨리는 시기였다. 이 때문에 300만원 아파트 사업이 한때 서민 분양 아파트로 소문나면서 ‘서민로또’ 사업이라는 핫이슈로 등장했다.

그만큼 민심도 파격적인 그의 주거정책을 지지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300만원 대아파트 공약이 포퓰리즘적 정치선동으로 비춰졌고 이 사업은 ‘서민영구임대아파트’ 라는 이름표를 다는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화제였고 주목받았던 300만원 아파트 사업의 현주소는 일반아파트 건축비 기준, 300만원대를 넘어 700~800만원대에 근접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천덕꾸러기가 됐다.

300만원대 아파트가 실제로는 700~800만원 들인 꼴

300만원 아파트의 허구성과 실상이 드러나면서 내집마련 꿈에 부풀었던 서민들의 신기루는 사라져 버렸다.

이 사업을 통해 사업자는 목돈을 벌었고 권 시장은 경남지사 예비후보 시절까지도 그의 트레이드마크 정책으로 홍보해 명성을 얻었지만 거제시민들은 ‘혈세낭비’와 ‘난개발’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2018년 9월 현재 거제시 양정동 아이파크 2차 아파트 인근은 진입도로는 물론이고 인근에 세워진 초등학교는 통학로 미개설로 학부모들까지 애 태우고 있다.

도로개설 과정에서의 잡다한 잡음은 거제시의회 행정사무감사장에서 집중포격을 받으면서 행정의 난맥상과 치부까지 드러냈다.

300만원 아파트의 실상을 파악한 변광용 거제시장은 장기적 재정지출을 막기 위해 LH공사를 직접 방문해 매각을 간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임대료로 건물관리비용은 해결 할 수 있으나 노후화에 따른 감가삼각비 등 장기적 재정비용을 해결해야만 하는 애물덩어리로 전락한 것이다.

주택공급회사도 아닌 거제시로서 매각은 당연한 선택이다. LH공사 처럼 주거복지 전문 공기업이 아닌 지자체로서는 떠 안을 수 없는 리스크임이 분명하다.

더욱이 거제시가 조선불황으로 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시점이라 더 할 나위 없는 당연한 조치로 보인다. 6‧13 지방선거기간 권 시장의 도움을 받은 변 시장이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고육지책’ 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공명심에 불탄 위정자를 위한 대가로 ‘혈세 얼마나?’

저소득 서민을 위한 300만원대 아파트는 지난 2013년 3월 11일 평산산업(주)와 거제시의 협약을 체결하면서 출발했다.

처음 이 사실이 알려지자 부동산개발업체도 아닌 거제시가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한다는 논란을 불러왔고 경남도청이 반대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권 시장은 ‘업자를 위한 특혜가 아니라 서민을 위한 특혜’ 라는 논리로 맞섰고 홍준표 지사의 등장과 함께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냈다. 그리고 망망대해를 향해 돛을 달았다.

이런 과정에 관계공무원들의 동조도 있었다. 인사권자의 지시라며 맹목적으로 추종하게 된 일부 공무원, 300만원 아파트 사업이 그들에게 신앙이 되어버린 듯 했다.

경영이라는 개념과 거리가 먼 공무원들이 선택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하지만 추종 배경에 가려진 공무원들의 기대심리는 어림짐작이 가능하다.

민간사업자가 용도변경을 할 수 없는 농림지역 땅 97,253평방미터를 포함한 189,370평방미터를 용도변경하는 지구단위계획을 세워 1400세대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부지조성을 허가하는 대신 24,111평방미터 부지를 기부받아 300만원대 아파트 700세대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협약서에는 전례를 들 수 없는 파격적 내용을 포함시켰다. 입주 6개월 전까지 완공 후 기부채납하는 진입로 개설에 시가 전액 토지보상비 부담, 진입로개설공사비도 60%(차후 50%로 변경)를 부담하는 것으로 거제시 예산지출항목이 포함됐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300만원대 아파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문동동 산 20-14번지 일대 15,785평방미터에 지하 2층 지상 20층의 575세대 장기공공영구임대주택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 50%정도가 진행됐다. 총 사업비 추정액은 525억원.

일반아파트의 분양가는 주거와 공유시설면적을 더한 공급면적에 건축비를 나누면 된다. 공급면적은 30.686평방미터이다. 이를 평으로 계산하면 약 9,282.5평이다. 여기에 사업비 525억원을 나누면 평당건축비는 566만원이 넘는다.

아파트지하계단, 부대복리시설, 기계전기실, 지하주차장 등 공용면적을 더한 12,112평으로 계산하면 평당 건축비는 433만원이다. 다른 데이터를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진입도로 개설에 거제시가 부담해야 할 돈도 170억원이다.

즉 300만원대 아파트라고 불리워지는 이 사업은 사회적 간접비용까지 포함시킨다면 이미 700만원 800만원대의 아파트로 둔갑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선경기가 악화되면서 기존 아파트들의 실거래 가격이 입주 2~3년의 아파트도 평당 500~60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경기하락과 수요공급문제는 돌발변수로 돌리더라도 거제시 주택정책의 실패작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비 282억원과 시비 242억(지방채, 임대보증금 예상수익) 총 525억원이 사업비다. 575명에게 꿈을 선물할 수 있다고 했으나 이 아파트를 399만원에 건축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권 시장 도지사 예비후보 시절에도 공약

서민들은 300만원대 아파트 사업을 시정에 끌어들인 가장 큰 이유로 위정자, 소위 정치인들의 못난 처신, 공명심, 무지할 정도의 독선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거제시가 전문성도 없이 주택사업에 뛰어들면서 생긴 참담한 결과다.

575세대를 기준으로 할 때 세대당 약 9200만원을 투자한 셈이 된다.

525억원을 서민주택기금으로 운영했다면 어떤 결과가 왔을까. 세대당 5000만원의 전세자금을 지원했다면 그 수혜자만 1000세대다.

결과적으로 거제시는 시장의 고집(공약)이 특정사업자에게 허가편의를 제공하고 자투리 땅 얻어 세대당 1억여원을 투자해 작은 평수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이해 할 수 없는 정책을 편 자치단체가 됐다.

권 시장은 재임기간 비슷한 사업을 펼쳤다. 인공섬에서 단순매립형으로 바뀐 고현항재개발사업, 돌을 팔아 소방서와 경찰서를 짓는 행정타운 조성, 민간 투자형 사곡만 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추진이다.

아직 계획단계에 머물고 있는 화물차 차고지와 문화단지 조성도 대단위 토목공사다. 이 사업들의 공통점은 난개발과 관련되며 특정집단(민간사업자)에게 조건을 주고 그들의 이익(손해를 보지 않도록)을 지원하는 구조다.

부정적 이미지만 부각시킨다고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구조가 특혜의 빌미가 된다.

도지사 예비후보 시절에도 300만원대 아파트를 지어 공급하겠다는 꿈드림 공약을 했다. 이미 실패한 사업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혹세무민’ 한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위정자는 그가 속한 집단의 신념이나 정통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집단 구성원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면서 상호 이해관계를 증진시키는데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독선으로 이어간 위정자의 비참한 말로를 많이 보아왔다.

그런 과정에 시민들이 함께 겪어야만 했던 고통의 아픔을 안다. 지난 8년간 권 전시장은 재임기간 중 300만원대 아파트 건설사업을 위해 과연 관계자나 의회와 몇 번이나 회의를 했을까.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들러리 행위도 지탄받아야 한다. 변광용 시장도 100대 공약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300만원대 아파트의 허구성을 반면교사로 삼아, 버릴 것은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서용찬 기자 newsmorning@daum.net        서용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 개)
독 자 의 견 제 목이 름작성일
1거제 서민아파트 관련해서 선심성정책여부에 대해 자료 요청을 했었음.시민2018.09.27 (11: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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