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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뉴스9 / 곡성] 무섭다, 무서워, 근데 뭐가 무섭지?
  • 입력날짜 : 2016. 05.23. 13:00

정말 무서웠다. 무섭고 또 무서웠다. 아무리 무서워도 극장을 나와 현실 속에 스며들면 곧 잊히기 마련인데, 집에 돌아온 후 몇 시간이 지나도 소름이 가시지 않았다. 초여름의 햇살이 내리쬐는데도 온몸이 오소소하고 자꾸만 서늘했다.

뭔가에 홀린 기분이었다. 식당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한정식 코스 요리를 앞에 두고 있을 때도 다들 동공이 약간씩 풀려있었다. 이제 다른 화제로 돌려보려 해도 결국 곡성 얘기를 하고 있었다. 감상평이 아닌, 아.. 그 장면 죽였어, 하.. 무서웠어와 같은 단발적인 감탄사들이었다. 이제 다른 생각을 좀 하고 싶은데 잊을 만하면 무언가 서늘한 느낌이 다시 떠올랐다.

뭐가 그렇게 무서웠던 걸까? 따지고 보면, 딱히 ‘무섭다’고 할만한 장면이 없는 영화다. 좀비, 고어물을 떠올리는 장면들과 스릴러적 요소, 오컬트적인 요소도 보이지만 그 정도는 극장가에서는 흔하다. 어떤 장면이 무서운지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으면서, 어쩜 이렇게 오랫동안 등골이 서늘할까?

이것은 ‘실체’가 없어서 뭐라 설명하기 애매한데 분명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그런 종류의 공포다. 이 영화를 본 수많은 관객의 마음을 관통한 ‘실체 없는 공포심’. 사실,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다.

그중 하나로 ‘선택’에 대한 얘기가 있다.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 마주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너무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인생의 활로가 정 반대로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이 옳은지 알 수가 없다.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는 인생살이 앞에 존재의 무력감을 뼛속까지 느끼는 순간, 신이 실험에 들게 하는 순간이다.

중구의 가족들이 겪는 일이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미스터리 한 사건임에도 남일 같지 않은 것은 그래서이다. ‘나는 이런 해괴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감사함 하나로 흘려보내기엔 너무 낯익다. 인간에 대한 신의 실험은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때문이다.

관객은 ‘내가 저 상황에 놓였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서 인간 존재란 무엇인지, 삶이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 인지까지 그 생각이 뻗어나간다. 이 영화가 대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나홍진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실제 이 영화는 잔혹하거나 끔찍한 장면이 거의 등장하지 않음에도 공포스럽다. 이 점이 오히려 흥미롭지 않은가”라며 자신감과 만족감을 표현했다. 이 영화가 무서운 이유에 집중하다 보면, 영화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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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주 기자 happyenc12@nate.com        오영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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