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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뉴스] 내 흑역사에 사랑이 내린다
  • 입력날짜 : 2016. 05.17. 11:28
연애에도 빈부격차가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사랑은 누구에게나 설렘과 위안을 준다. 끝이 어떻든, 과정이 어떻든, 그 순간만큼은 말이다.

스스로 별 볼일 없다 생각되는 삶일지라도 일단 사랑이 시작되면 달라지기 시작한다. 매일 반복되는 지긋지긋한 일상이 행복하게 느껴지고, 출근이 싫어서 오지 않길 바랐던 아침도 기다려진다.

매 순간 맘에 들지 않는 어둡고 컴컴한 인생도 연인과 함께 있을 때만큼은 형광등처럼 환하게 밝아진다. 잊고 싶은 흑 역사가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환한 기억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단편영화 ‘백역사’ (감독 윤성호, 20분 58초) 속 종환은 매 순간마다 흑 역사를 만들어내는 극치의 찌질남이다. 전날 숙취로 꾸벅꾸벅 졸다가 공장에서 쫓겨나듯 조퇴한 그는 나이트에서 만난 여자와 데이트를 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시작 한다.

데이트 비용 마련부터,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한 구애 작전까지 어이가 없어 웃을 만큼 찌질의 극치를 달리지만, 그래도 그녀와 함께 하는 그의 표정은 다르다. 이처럼 환하고 밝게 웃고 있는 남자에게 찌질하다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태양의 후예’ 속 멋진 남녀 커플의 드라마 같은 사랑도, 종환과 같은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의 연애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같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 같은 멋진 모습이 되고 싶다면, 어쩌면 사랑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삼포세대를 넘어 사포세대, 오포세대를 만들고 수저 계급론이 등장하는 지금, 별 볼일 없는 내 인생에 연애는 사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어서 빨리 지나가기만 바라는 지금의 삶, 지나가고 나면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을 지금의 삶을 찬란하게 바꿔줄 수 있는 건 사랑이지 않을까.



오영주 기자 happyenc12@nate.com        오영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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