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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거제가 알아야 할 한·중·일 조선산업 동향
  • 입력날짜 : 2015. 03.13. 16:14
허남용 중소기업청 기획조정관
거제 출신 정부 고위공무원으로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조선산업정책을 담당하기도 했던 허남용 중소기업청 기획조정관에게 거제 조선산업에 대한 전문가적 견해를 요청, 세 차례 기고로 다룬다.

글 싣는 순서

① 조선산업과 거제 지역경제
② 한·중·일 동향과 거제에의 시사점
③ 해양플랜트로 전환 가능성과 거제 대응 방향

최근의 저유가가 조선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과 부정적 면이 상존하는 것 같다.

에너지소비 증가로 우리 Big3가 강점이 있는 초대형 유조선 및 컨선, 가스운반선 발주가 늘어나는 반면 자원개발에 필요한 해양플랜트시장은 위축될 수 밖에 없는데, 우리의 경우 손실이 컸던 해양플랜트의 악몽에서 조금 비켜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선박 역시 중·일의 추격으로 그다지 낙관적인 상황도 아닌 것 같다. 오늘은 3국을 비교해 보고 우리 거제의 지향점도 살펴보겠다.

세계 조선산업은 브라질 등 신흥국들의 진입노력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이후 한·중·일 3개국의 과점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클락슨 자료에 의하면 2014년 이들 3개국의 신조 수주는 톤수(CGT) 기준으로 세계 전체의 88%를 차지했다.

세계 신조선가는 2013년 3월을 저점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은 3년치 이상의 물량을 확보하고 있으나, 한국과 일본의 확보 물량은 2년 반 정도에 머물러 안정적인 생산활동을 위해서는 추가 수주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1월 수주현황

한편 최근의 세계 에너지시장 환경변화, 일본의 양적 완화, 중국의 조선산업 구조조정 등은 3국간 경쟁구조에 미묘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는 것 같다.

변화의 핵심은 특정 선종위주의 제한적 경쟁이 전체 선종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초대형 선박, 가스운반선 등 그간 우리가 과점해 왔던 고부가가치 시장이 분산되면서 우리 조선업계에 득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과거 시점에서 이야기 해보자.

2007년 처음으로 수주량 1위에 오른 중국이 2010년 수주량/건조량/수주잔량 등 3대 지표 모두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뒤이어 한국이 아슬아슬하게 2위를 차지했고, 일본은 우리와 꽤 차이가 나는 3위 자리를 유지해 왔었다.

그러나 수주금액 면에서 한국이 중국을 앞질러 왔기에 고급 선박은 한국이 만든다는 자부심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중국과 일본은 비교적 선가가 낮은 벌크선(2014년 자국 수주에서의 비중: 중국 70%, 일본 59%) 위주로 영업해 왔으나, 한국의 경우, 중소조선소를 제외한 Big3(현대·삼성·대우)가 초대형 유조선 및 컨테이너선,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선 시장을 지배해 왔던 것이다.

즉, 몇 년전만 하더라도 중국과 일본은 저부가 중소형 선박, 한국은 고부가 대형 선박이라는 공식이 있었고, 이에 중국의 물량공세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조선산업국은 한국이라는데 이의가 없었다.

그간 3국간의 경쟁은 우리의 비교우위 요소들로 인해 중국과 일본의 추격을 꾸준히 따돌려 왔었다. 중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조선산업 육성에 적극적이지만 질적으로는 아직 우리와 일본을 따라오지 못했고, 일본 역시 70∼80년대 대대적인 설비감축 영향으로 대형선 및 고부가가치선에서 우리의 적수가 되질 못했던 것이다.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들은 가격, 기술, 품질 뿐만 아니라, 금융, 전후방산업 등 다양한데, 3개국간 경쟁력 요소들을 종합해 보면 우리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했었다는 뜻이다.

그럼 현 시점에서 살펴보자.

먼저, 중국은 여전히 기술, 품질, 효율성 등의 측면에서 과거의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 같다. 최근 수출입은행 분석에 따르면 설계 및 생산기술은 여전히 우리의 1/2∼2/3 수준에 불과하다 한다.

기자재 및 전후방산업도 여전히 취약하고, 특히 낮은 친환경기술 및 연비 문제는 서방의 발주자에겐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과감한 정책적 지원을 보면 과거의 핸디캡 극복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단기간에 서구 수준의 기술력으로 성장한 항공우주, ICT 등의 첨단산업과 마찬가지로 조선산업에서도 더 이상 저가품이라는 고정관념은 통하지 않을 것 같다.
日 미쓰비시 중공업 조선소

전국으로 흩어져 있는 1,000여개의 조선소들을 대련·상해·광저우 등 3개 지역으로 집적화하여 입지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막대한 정책금융과 ‘국수국조(國需國造)’시책하에 세계 1위의 신조수요(2014년 세계 전체의 15%)를 자국 조선소에 우선 발주토록 하여 트랙 레코드를 축적하고 있고, 자국 자원개발 수요와 연계시켜 해양플랜트 부문까지 진출하고 있는 등 양적·질적 모두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스운반선 수주가 증가하고 있는데, 클락슨의 자료에 의하면 최근 3년간(2012∼2014년) 14척의 LNG운반선과 19척의 LPG운반선을 수주하였고, 일부는 우리 Big3의 수주사양과 비슷하다고 한다.

물론 2014년 한해 우리가 수주한 가스운반선이 총 114척임을 감안시 중국 조선업계의 수주규모가 아직 미미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중국이 그간 우리의 과점시장이던 가스운반선까지 진출하여 우리와 대등한 설계 및 건조기술을 확보하려는데 있다.

최근에는 자국 조선소에 해양플랜트인 FPSO 건조를 맡긴다는 이야기가 들리며, 심지어 해외업체와의 협력으로 우리도 못하고 있는 크루저선박까지 진출한다고 하니, 우리에게 다가오는 위협의 정도와 속도는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 보인다.

다음으로 일본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 회복이 설비 확충뿐만 아니라 기술경쟁력까지 회복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일본 조선업계는 한국에 패권을 넘겨준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겪어 5사 체제로 안정화 되었는데, 최근의 엔저 기조는 과거의 영광을 다시 도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최근 중견업체인 이마바리조선은 우리 Big3와 비슷한 크기의 도크 건설에 착수하여 대대적인 설비 확충에 나섰고, 미쯔비시와 이마바리는 LNG운반선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2013년 MI LNG라는 회사를 통합 발족시켰다.

이와 같은 일련의 흐름은 그간 한국 Big3가 과점해 왔던 초대형 유조선, 초대형 컨선, LNG운반선 시장에 본격 나서겠다는 신호인 것이다.

실제 일본조선소들은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늘어나는 LNG운반선 수요를 기술력 축적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브라질 등 해외 해양플랜트 시장까지 진출하고 있어, 향후 초대형 선박, 가스운반선, 해양플랜트 시장을 두고 우리 Big3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금년 1월 일본의 신조 수주량이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월별 기준으로 톤수로는 8년, 금액으로는 10년만이라 한다.

엔저가 지속될 경우, 일본 조선산업은 높은 품질 경쟁력과 기자재·엔지니어링 등의 뛰어난 전후방산업을 토대로 과거의 패권 회복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 우리 조선업계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 조선업계는 과거에 비해 비교적 안정된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통상임금 문제, 현장인력의 고령화, 가격경쟁력 저하, 해양플랜트에서의 손실 등으로 경영환경이 쉽게 개선될 것 같지는 않다.

Big3와는 달리 설계 및 친환경기술 등이 부족한 중소조선소의 경우에는 어려움이 더 클 것 같다. 앞으로도 중급 사이즈인 파나막스급, 특히 벌크선과 제품운반선 시장을 두고 중국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을 회복중인 일본과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Big3의 경우, 중·일의 추격에도 불구, 가스운반선, 초대형 선박 등에서의 비교우위로 인해 중소조선소보다는 상황이 좋을 것이다.

다만, 선박에서의 국제경쟁력 저하를 해양플랜트로 대체하려 하고 있으나 전망은 그리 녹녹치 않아 보인다. 기본설계, 엔지니어링, 기자재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국내에서는 사실상 껍데기만 제작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간내 해양플랜트의 이익창출은 애시 당초 불가능한 일 이었는지도 모른다.
중국의 한 조선소 전경

그나마 최근 현대중공업의 육상(Onshore)-해양(Offshore) 부문간 통합은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향후 해양플랜트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똑같은 맥락에서 거제에 있는 삼성중공업의 삼성엔지니어링과 통합 무산은 그만큼 아쉬운 대목이며, 그룹내 육상 플랜트(Onshore) 부문이 없는 대우해양조선 입장에서는 다른 대안을 고민하게 만들 것 같다.

그럼, 중·일과의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거제지역의 조선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었일까.

우선, 기술기업 창업 등 역내 기업가정신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 산업 혁신에는 조선소 내외의 활발한 지식교류(Spill-over) 및 창업·분사(Spin-off) 문화가 전제되어야 하나, 거제는 세계 2, 3위의 조선소가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 R&D능력이 있는 기자재업체가 없으며, 기술기업 창업이 어렵고, 기술개발 및 창업을 지원해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연구지원기관이 없다.

중국과 일본의 추격을 따돌리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역내 조선소-기자재업체-지원기관간에 선순환 피드백 구조가 필수적이다. 더 늦기 전에 역내 기자재업체 유치 및 창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일반선박의 신기술 적용이 증가하고 있고 해양플랜트 기자재는 대부분(약80%)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향후 역내에서의 선박·해양플랜트용 기자재산업 발전 여지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부산지역과 연계한 산업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현재 부산에는 국내 기자재업체 대부분이 자리 잡고 있고 기자재연구원·중소조선기술연구소 등 R&D 지원기관도 위치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연구의 핵심인 심해해양공학수조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2016년 완공 예정이며, 매년 개최되는 조선관련 국제행사로 세계적 마켓 플레이스로도 자리 매김 중이다. 최근에는 세계 플랜트 강자인 GE가 교육센터를 설립했으며 장기적으로는 아시아본부로까지 고려한다고 한다.

조선산업 가치사슬이 턱없이 부족한 거제 입장에서 기자재업체·연구지원기관·해외업체·시장정보 등 제반 인프라가 풍부한 부산지역과의 긴밀한 네트워킹이 필요한 이유인 것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거제의 양대 조선소가 최대 수요자인 만큼, 거제지역이 중심이 되어 부산과 대등한 광역 클러스터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예컨데 양 조선소 공동의 포럼·세미나·정보교류회 등을 개최한다면 과연 부산 기자재업계와 연구기관 등이 외면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기술개발 및 협력업체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일본의 뛰어난 고연비·친환경 기술력, 중국의 고부가선박 진입 등을 감안시, 최근의 실적 악화가 에코쉽 등 신기술 투자를 위축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설계 협력업체들의 부족한 작업공간과 생산 협력업체의 열악한 작업환경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신기술의 높은 위험도와 산업생태계의 상호작용 효과 등을 감안시 기술력 제고와 협력업체 지원은 양대 조선소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수많은 설계 협력업체들을 한 곳으로 집적화시켜 준다면 비용절감뿐만 아니라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 전파에 힘입어 설계기술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양 조선소가 악전고투하고 있는 해양플랜트의 설계 및 엔지니어링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퇴직한 해외 고급엔지니어들을 모셔다 양사 공동의 기본설계 T/F를 구성하여 직접 FPSO 설계를 연습해 보는 것은 어떨까.

협력업체의 전문인력 양성 및 용접기술 향상에도 양 조선소가 거제대학·거제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등과 공동으로 추진한다면 역내 기술역량 전체의 선순환 효과뿐만 아니라 비용 대비 훨씬 뛰어난 아웃풋이 나오지 않을까? <계속>


오정미 기자 webmaster@morningnews.co.kr        오정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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