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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의 기적' 같은 소방차 길터주기
  • 입력날짜 : 2014. 04.01. 15:50
박상준 소방사
지난 달 10일 부산에서 한 산모가 예정일보다 두 달 빨리 양수가 터지는 상황이 생겼다.

산모의 수술을 위해 구급차가 포항에서 부산의 한 병원으로 가야만 했고, 부산을 들어서자 마침 출근시간이라 수많은 자동차들로 길은 주차장이었다.

부산 도시고속도로는 출근시간이면 상습정체 구간으로 부산시민이라면 다 아는 곳이기도 하다.

그 곳에서 구급차가 지나가기란 상상조차도 할 수 없다. 그 당시 구급차 기사분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거짓말처럼 자동차들이 하나 둘씩 길 가장자리로 비켜서는 장면이 연출되었고 해외토픽에서만 보던 ‘모세의기적’ 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졌다.

이 덕분에 산모와 태아 모두는 안전하게 병원에 도착해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한편 어느시 에서는 사고가 의심되는 문개방 출동이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라 그날도 차가 막혀서 출동에 지장이 있었다. 경광등과 싸이렌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신속하게 출동 했지만 차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그 현장에서 두 명의 사망자가 발견됐다.

소방차 길터주기는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고, 반대로 생명을 앗아 갈 수도 있다.

현재까지 소방관 생활 중 전자 경우는 한 두 번 밖에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다. 한 두 번도 몇 대만 비켜서는 정도 였다. 나머지는 후자가 대다수의 경우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거나 응급구급 상황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자기 일이 아니면 나몰라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요즘차가 너무 좋아서 방음이 잘되서 그런지 아무리 싸이렌을 울려도 아랑곳하지 않는 운전자가 많다. 때로는 양보는커녕 뭐가 그리 급한지 끼어들기 하는 차량도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다. 입장을 바꿔서 한 번 쯤은 생각해보자 갑작스런 사고로 당황하고 상처받았을 내 이웃을 위해 교통신호 한 번 더 기다려주는 여유로운 마음자세로 긴급출동 중인 소방차에 양보해주는 미덕을 발휘하면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보다 굳건해지고, 갈수록 각박해져가는 현실에 한줄기 희망을 다음 세대로 이어주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화재현장에 5분 이내 도착해 초기진화함으로써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하고, 심정지환자에게 골든타임인 4~6분이내에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실시, 환자의 생명을 소생시킨다면 화재피해 복구비용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소방차 길터주기가 어려운건 절대 아니다. 한명만 솔선수범해서 비켜서면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비켜선다. 소방차 길터주기는 다음과 같이 하면 된다.

- 싸이렌 소리가 들리면 룸밀러나 싸이드밀러로 확인합시다.
- 긴급차량(소방차ㆍ구조차ㆍ구급차) 이 접근한다면 좌․우측 피합시다
- 피할 곳이 마땅하지 않다면 가운데로 피합니다.
참 쉽죠. 시간도 얼마 안걸립니다. 1분이면 충분하니까 긴급차 발견 시 한번 시도해 보면 아주 쉽다.

나 먼저 시작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동참 하고 있는 사회를 만나게 될 것이다. 양보의 미학을 발휘하여 예기치 못한 사고로 고통 받을 지역민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태고, 지역 사회의 안전망 형성에 이바지함으로써 예로부터 내려온 배려의 미덕이 계승될 수 있도록 소방차 길터주기에 적극 동참 해주길 바란다.

<통영소방서 죽림119안전센터 소방사 박상준>


서혜정 기자 shjung51@naver.com        서혜정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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