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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비경의 등대섬, 소 매물도
  • 입력날짜 : 2012. 05.31. 10:17
강호동의 1박2일을 비롯해 각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소개되었던 소매물도(小每勿島)라는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으리라.

우리나라 국민이면 한번쯤 꼭 가보고 싶어 하는 신비의 섬 이기도하다. 넓이 0.51km2, 해안선길이 3.8km, 인구56명. 이것이 소 매물도의 현주소다.

육지와의 최단거리는 통영 항으로부터 26킬로미터이며 거제 저구 항에서 남쪽으로 13km의 해상에 떠있는 소 매물도는 배가 지나가는 방향에 따라 한 개의 섬에서 여섯 개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통영의 오륙도가 바로 이웃 하고 있으며 평지가 드물고 해식애가 발달되어 있다.

소 매물도 여행은 해상일주 유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소 매물도의 깊은 속살을 전혀 들여다보지 못하는 반쪽여행이나 다름없다.

소 매물도가 숨기고 있는 알짜배기 비경은 여기 있다.



소 매물도는 아무리 찾고 또 찾아가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마력이 있다. 갈 때 마다 색다른 느낌과 더불어 새로운 무엇인가를 발견하곤 하는 까닭이다.

넓이래야 칠천도의 10분의1에도 채 미치지 못하지만 온통 험준한 산악지대로 이루어져서 평생 동안 소 매물도에서 살아온 토박이들도 미처 가보지 못한 오지가 숱하게 숨어있다.

어느 초여름, 우덕근 사진작가로 부터 등대섬 촬영이 있다는 연락이 왔다. 하늘이 내린 또 다른 기회다 싶어 소 매물도 마을에서 열목개를 거쳐 등대섬으로 이어지는 2시간 남짓한 트레킹 코스를 다시금 더듬기로 했다.

망태봉(해발157m)에 오르면 동백나무와 빽빽한 원시림.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가 부럽지 않고, 가파른 오솔길을 따라 거닐다보면 자연과 세월 옆에 겸손하게 살아가는 섬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마을이 아슬아슬하게 누워 있기도 하고, 우거진 숲 사이로 푸른 바다가 언뜻언뜻 비치기도 하고,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 실개울 위로 얼기설기 엮인 채 걸려있는 나무계단을 건너기도 하는 등, 가슴속 깊이 아련한 정취가 아로 새겨진다.

마을에서 알게 모르게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는 오르막을 30분 남짓 해치면 1996년 3월에 폐교된 건물이 보인다. 아름다운 바닷가 오지 마을이었던 소 매물도 분교는 이미 빈터로 변해 잡초만 무성하고 새싹들이 꿈을 키웠던 소 매물도 분교는 35년 역사를 뒤로 한 채 문을 닫았다.



앞으로는 망망대해, 뒤로는 깎아지른 절벽이니 애당초 사람살기는 힘든 곳이었다. 모처럼 찾은 여행객을 향해 세워놓은 폐교를 알리는 비석마저 없었다면 처연한 고독에 깊이 빠져들 뻔했다.

오솔길을 조금 더 오르면 등대섬을 잘 조망 할 수 있는 곳인 본섬의 산봉우리 망태봉 정상 표지판이 보이고 가파른 오르막은 평탄한 길로 바뀐다.

망태봉 정상에 오르면 하얀 외관의 관세역사관이 여행객의 눈길을 끈다.

관세역사관은 본디 밀수감시 초소가 있던 곳이다. 그러다 1987년에 폐쇄된 감시초소는 새롭게 단장하여 2011년 10월8일 관세역사관으로 변신한 것. 관세역사관 1층은 옛 초소 모형과 70~80년대의 시대 상황을 담은 사진자료와 연표.

당시근무자 사진. 통신 장비등 유물을 볼 수 있는 전시관으로 꾸며져 있고 2층 옥상에 설치되어있는 망원경으로 점점이 떠있는 작은 섬들과 해안선의 굴곡이 주는 아늑함이 어우러진 한려수도의 빼어난 경관을 더 가깝게 감상하는 즐거움도 있다.



소 매물도 여행의 백미인 등대섬 가는 길은 처음에는 가파른 오솔길을 오르다 본섬의 유일한 평지인 망태봉정상에서 이내 급경사 내리막으로 바뀐다.

밧줄을 잡고 암벽을 타듯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와야 한다. 남쪽으로 15분 남짓 내려가면 등대섬 가는 길목에서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진풍경을 감상 할 수 있다.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리는 열목개, 본섬과 새끼섬인 등대섬 사이 바다는 날마다 썰물 때면 하루 두 번 갈라지며 평상시에는 자갈밭으로 덮여 있다가 만조 때만 바닷물에 잠길 뿐이다.

정확히 말하면 본섬과 등대섬사이 70m 구간만이 매일 두 차례 열리는 신비의 바닷길인 것이다.

바닷물이 빠지면서 푸르스름한 갯바위와 자갈이 모습을 드러내다가 이윽고 길이 열린다. 건너편 등대섬으로 걸어서 갈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물 빠진 바닷길을 건너가는 사람보다는 자갈밭 주변에 웅크리고 앉아 무언가 열심히 캐내는 손길이 훨씬 많다.

어른아이 가릴 것 없이 장갑 낀 손마다 호미를 들고 홍합이며 고동, 소라, 낙지 따위를 잡아 봉지에 담기 바쁘다. 하나같이 쏠쏠한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듯 환한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하다.

열목개를 벗어나자 말자 눈앞에 펼쳐지는 하얀 등대의 풍경은 기막히게 아름답다. 푸른 초원 언덕위에 서 있는 이 등대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군수물자 실어 나르는 뱃길을 밝히기 위해 세운 아픈 역사를 간직한 채 뭍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국적인 멋을 한껏 안겨준다.




소 매물도를 찾는 사람은 대개 이 등대섬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먼저 눈요기 하고 그 맛에 끌려오는 것이다. 등대섬 해안은 참으로 멋지다.

글쌩이굴. 촛대바위. 남근바위. 등의 이름이 그럴싸하게 느껴진다. 특히 중국 진시황제의 신하인 서불이 이곳을 지나다 섬의 경치에 매료되어 불로불사약(不老不死藥 )이라는 글자를 새겨 놓았다는 글쌩이굴은 놓치기 아까운 절경이다.

빠듯한 일정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서둘러 선착장으로 내려왔다. 마을에서 왕복으로 2시간 남짓이면 충분한 거리지만 급경사 길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느라 3시간이나 걸린 탓에 다리에 힘이 풀린다.

선착장 한켠에 있는 허름한 포장마차로 들어가 음료수 한 병 사 마시려는데 포장마차 안에서 술잔을 주고받던 우리 일행들이 불러들여 다짜고짜 잔을 권한다.

만일 권하지 않았다면 섭섭했을 터, 게다가 소 매물도 해녀들이 잡아온 자연산 굴. 해삼. 멍게, 성게 까지 안주로 곁들였으니 부족할 것이 없다. 여객선을 타고 섬을 빠져나오면서 나는 정말 섬에 반하고 말았다. 낙조에 붉게 물든 소 매물도의 그 풍경은 영원히 가슴에 남는다.

글/ 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
사진/우덕근 대한프로인상 사진추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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