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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의 순서(順序)
  • 입력날짜 : 2011. 11.21. 14:39
거제서 정보보안과 보안계 제정구 경사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련의 질서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세상만사일 것이다. 시작과 끝이 뒤바뀌어 성공적으로 일이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눈을 떠야 별을 보지”라는 우리말 속담이 있다. 어떠한 결과를 얻으려면 그에 상당한 순서에 따라 노력하지 않으면 아니 됨을 이르는 말이다. 급하다고 바늘허리 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의 일상으로 눈을 돌려보자. 어떤 일에서 성과를 내고자 할 때 여러 가지 여건이 조화를 이루고 적절히 어울릴 때 그 일은 순조롭게 결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創造)”하는 것처럼 막연하게 일을 구상하여 추진하다간 좋은 결실을 보기란 여간 쉽지가 않다.

지난 7월 20일 나는 업무를 추진하면서 앞으로 두 번 다시 경험하지 못할 중요한 일을 한 가지 했다.

대국민 안보홍보라는 대명제하에 다방면으로 업무를 추진하던 중, 관내 관광 명소와 연계한 안보체험현장을 조성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어 구상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연했으나 일의 순서를 생각하고 실마리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장소 선정이다. 거제시 관내에 과거 간첩 침투지역이 4개소 있다. 그 중 해금강 관광명소와 인접한 남부면 갈곶리 석계마을 해안으로 1987년 8월 2일 부부간첩이 침투한 경로가 있는데 그곳을 활용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일은 현장조성을 위한 부지사용, 예산문제 등이다.

33㎡(10평) 남짓한 주차장 땅을 사용하기 위해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관계자와 협의를 시작했다. 1주일 뒤에 회신이 왔다. 무상사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차후 원상회복을 위한 경비는 사용자 측 부담이라는 단서조항이 붙었다. 1차적인 시작은 성공이다.

그다음으로 안보체험현장 안내표지판 및 5개의 입간판 설치를 위해 필수적인 예산문제다.

거제시에 약간의 거제시통합방위협의회 예산이 편성된다는 정보를 듣고 거제시 관계자와 협의를 한 결과 이미 그이 사용을 다 한지라 남은 예산으로는 턱도 없다는 것이다.

대략 10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앞이 막막했다. 업무성과를 위해선 10월 말까지 현장 조성을 마무리해야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재차 거제시 관계자와 협의를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다짜고짜 밀어붙이는 나의 모습이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 절실하고 간절했다. 당시 업무의 완성을 위한 나의 열의를 아무도 막지는 못했는지 9월 중순경 거제시에서 추경예산 편성에 반영했다는 희소식(喜消息)이 들려왔다.

“이제는 되겠구나” 하는 감탄 섞인 환호가 우렁차게 나의 심장을 두들겼다.

일을 구상한 지 딱 100일이 되는 날(10월 26일), 국정원경남지부,거제시,군부대,한려해상국립공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을 모시고 개소식을 가졌다.

거제의 외도, 학동, 해금강 등 관광지와 연계하여 관광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에 안보체험현장을 조성하여 대국민 안보홍보 이미지 제고에 기여할 수 있어 뿌듯함을 느낌은 물론이고 적극으로 협조해 주신 유관기관 관계자께 감사를 드린다.

“금방 먹을 떡에도 소를 박는다”는 말은 아무리 급하더라도 순서는 다 밟아야 한다는 뜻이다. 의욕과 열정이 앞선다고 모든 일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의욕과 목적의식이 없으면 안 될 말이다. 처음에는 어려워 보이고 미로를 걷는 것 같아도 절차를 밟아 순차적으로 실마리를 풀어나가면 불가능한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 각자가 처한 입장에서 혼자만이 아닌 다중이 이익을 누리고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면 약간의 자기희생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특히 국민을 섬기는 공복(公僕)은 더욱 그러한 자세가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서용찬 기자 ycseo@morningnews.or.kr        서용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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