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생선을 파는 상인들은 고객들을 향해 “물 좋다.” “방금 잡아온 것이다.” “싱싱하다.” “어딜가도 다 똑같다” 고 말한다.

또 옷은 “조금 작은 듯이 입어야 몸매도 살리고 좋다.” “요즘 유행이다.” “당신한테만 특별히 좋은 것으로 준다.” “아무 옷이나 입어도 어울린다. 훨씬 세련돼 보인다.” “정말 잘 어울린다” 등 등 시장은 말의 성찬장이다.

언 뜻 들으면 참으로 정겨운 소리다.
똑 같은 물건을 두고도 “당신한테 특별히 좋은 것으로 준다” 는 말만 들어도, 같은 감자를 사도 “덤이 있다” 고 하면 횡재한 듯 좋아한다.

그러나 시장 안으로 발걸음을 한 발 더 들이면 사정은 달라진다.

정작 손님이 좋은 물건만 골라내면 어떤가. “다 똑같고 좋다” 며 손님에게 물건을 안기던 상인들도 금 새 얼굴이 달라진다. “좋은 것만 다 가져가면 우리는 장사 어떻게 하느냐” 고 한다.

시장에 옷을 사도 그렇다. 크는 아이들에게 조금 작은 듯이 입는 것이 유행이라는 말은 신상이거나 잘 나가는 옷이 대부분이다. 반대로 풍성하게 나오는 제품도 아닌데 옷은 조금 풍성해야 좋다고 한다면 반품이 어렵거나 제고품일 가능성이 있다.

같은 말이라도 상인들의 자세에 따라 의미는 천차만별이다.
세상에는 신뢰를 파는 상인이 있고 단순히 물건만 파는 상인이 있다. 물건만 파는 상인들 중에는 이윤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장사꾼이 아니면서 장사꾼 흉내내려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손님이 바가지를 쓰면 바가지를 씌운 장사꾼이 나쁘지만 장사꾼이 바가지를 쓰면 거래에 실패한 셈이니 바가지를 쓴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 된다.
눈 뜨고 코 베이지 않으려면 정신 똑 바로 차려야 한다는 말이 그 말이다.

물고기가 관심사인 주부와 낚시꾼이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점은 다르다. 주부는 물고기를 원하지만 낚시꾼은 고기를 잡는 낚시에 더 관심이 있다.
물건은 아는 사람이 더 쉽게 구매한다. 그런점에서 장사꾼은 주부이건 낚시꾼이건 상관이 없다. 까다로운 손님에게는 까다롭게 팔면된다.

명품을 판매하는 가게에서는 먼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짝퉁을 가려내는 교육부터 준비한다고 한다. 까다롭게 팔기 위해서다. 짝퉁을 가려낼만한 자신감이 붙은 고객에게 명품을 내밀며 정말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사는 것으로 믿게 한다는 것이다.

명품을 팔기위해 짝퉁 감별사로 만든다는 자체가 재미있는 상술이다. 명품에 관심도 없었던 사람이 명품 감별사가 되고 보니 어느새 자신의 몸을 명품으로 치장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학습효과다.

가끔 시장에 간다. 대부분 아내의 짐을 들어주는 짐 꾼 역할이지만 치열하게 살아가는 상인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혹 나는 전문가일까 반풍수 일까 되돌아 보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