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을 맞은 대선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박근혜·김문수·오세훈·정몽준·손학규·정동영·한명숙·유시민 등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들은 자신의 정치 시간표를 18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2012년 12월19일에 맞춰두고 바닥다지기에 나섰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복지정책 발표를 시작으로 여당 대선 주자들은 복지정책을 중심에 두고 자신들의 정체성 세우기에 나서고 있다. 야당 주자들은 장외를 돌며 지지기반 다지기에 힘쓰고 있다.

◇與, 박근혜 독주 속 김문수·오세훈·정몽준 '긴장'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인 대선주자는 박근혜 전 대표다. 박 전 대표는 2007년 17대 대선에서 대선행보를 늦게 시작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패배했던 점을 의식하기라도 한 듯 조기 대선행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조용한 행보를 해온 박 전 대표는 대선 2년을 앞둔 구랍 12월20일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골자로 하는 복지정책을 발표, 이슈를 선점했고 불과 일주일 후인 27일에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을 발족시켰다.

박 전 대표의 모교인 서강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김광두 교수가 연구원 원장을 맡았으며 이한구 의원을 비롯해 안종범, 신세돈, 김영세, 최외출 교수 등 총 78명의 인사들이 참여했다.

박 전 대표는 "우리 앞에 난제들이 많지만 우리나라를 진정한 선진국으로 만드는 대업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권력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또 트위터와 미니홈피 등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늘이고 당내외 인사들을 만나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설명하는데도 열성을 보이고 있다.

그가 아직은 조용한 행보를 하고 있지만 2011년에는 '현재 권력'인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역대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과 여권 대선주자 간에는 늘 충돌이 있어 왔기 때문이다.

정권 후반기를 맞은 이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고 반MB 정서가 사회 전반에 퍼지게 된다면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꾀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친이(친이명박)계가 주류인 당내 권력구도 역시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다.

박 전 대표의 대선행보 독주가 이어지자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등 친이계 대선주자들은 본격적인 견제를 시작하며 반박(反朴)행보에 나서고 있다.

김문수 지사를 비롯해 이재오 특임장관, 정두언 최고위원, 안상수 대표 등 친이계 인사 30여명은 구랍 29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송년모임을 갖고 정권 재창출을 다짐했다. 대규모 단합대회를 통해 세를 과시한 모양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차기 대권 이야기가 조기 과열될 경우 국가적 리더십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고, 이 장관은 "집권당 안에 뭐 또 다른 것이 있어 정부가 당이 잘못하면 책임을 더 지고 덜 지는 것이 아니고,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의 모든 공과에 대한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은 박 전 대표의 복지 구상에 대해 "세대·계층·민관 간의 동의가 없는 복지정책을 남발하는 것은 '퍼주기'식 포퓰리즘"이라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고, 정몽준 전 대표 역시 구랍 2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한국형 복지' 등 온갖 미사여구를 붙인 복지 구상이 난무하고 있는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 포퓰리즘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친이계 의원들의 '월박'(越朴:친박계에 합류하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전이 본격화되면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친이계의 이탈과 분열이 가속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친이계는 이미 '이상득(SD)계와 이재오·정두언계'로 분화돼 있다.

이 때문에 대선전이 다가올 수록 내부 결속을 위해 '친이계의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3명의 친이계 후보들은 각개약진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연말이 다가올수록 '후보 단일화' 요구 목소리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野, 원외 행보 속 진보진영 통합 관건

여권 대선 주자에서 제1야당 대표로 변신을 꾀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지지기반 다지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손 대표는 지난 9일부터 28일까지 약 3주간 진행된 이명박 정권 규탄 장외투쟁을 통해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온전한 민주당 사람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손 대표가 서울광장에 농성천막을 칠 때만 해도 정치권은 고루한 투쟁방식이라며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 26일 수원 장외투쟁에는 소속 의원 60여명이 참석하는 등 그의 1차 장외투쟁은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당내에서는 손 대표가 이번 장외투쟁으로 야당 대표로서 자리잡기에 성공했다는 의견이 다수이며 이에 손 대표는 전국 234개 시·군·구를 돌며 2차 장외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동시에 손 대표는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진보진영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와의 선거 및 정책 연대를 통해 야권의 대표적인 대선주자로 부상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은 야권 대선주자들 가운데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유 원장은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5-10%대의 지지율을 획득하며 한나라당 박 전 대표를 추격하고 있다.

유 원장은 트위터 등에 각종 현안들에 대한 의견을 활발히 게재하는 한편 참여정책연구원 주최 토론회를 통해 주거과 양육 등 복지정책에 대한 정책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신년 초에는 토론회에서 논의된 각종 정책들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는 등 활발한 정책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아울러 진보진영의 정당·시민사회단체 간 연대조직인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를 통해 진보 정당의 통합을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정권 창출을 위한 진보세력 규합을 시도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손 대표와 유 원장 외에도 대표적 친노 인사인 한명숙 전 총리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혹이 검찰의 정치적 탄압임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깨끗한 이미지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대선주자로 나섰던 정동영 최고위원과 천정배 최고위원 등도 민주당을 가장 잘 안다는 이점을 활용, 당 안팎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야권에서는 정권교체를 위한 연대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각 정당 및 대선주자들의 정책과 이념 차이 등이 난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