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정기종합감사 결과 기존에 밝혀진 공금유용을 비롯해 직원 채용과정에서 정당한 절차 없이 특별채용 하거나 국민이 기탁한 성금으로 모은 기관운영비를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성금의 배분사업에 대한 중간점검과 사후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비를 부당집행하거나 구매관리가 부실해 성금이 줄줄 새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징계대상자 버젓이 근무.직원 채용비리

21일 공동모금회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정기종합감사결과에 따르면 모금회는 자체 감사를 통해 경기 및 인천지회 직원의 부정·비리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으나 징계 대상자가 사표를 제출하자 징계절차 없이 사표를 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회는 자체 인사위원회에서 직무소홀과 태만 등 13가지 혐의로 직원A씨를 면직 처리하고 중앙회에서도 이를 승인했지만 본인으로부터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를 받고 반성과 재기의 기회를 주자는 내부결재를 한 후 아무런 징계조치를 하지 않았다.

중앙회에서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오히려 지난 6월 이 직원을 중앙회로 인사이동해 현재 중앙회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회는 공개경쟁시험에서 탈락한 8명을 정당한 절차 없이 계약직원으로 특별 채용했고 이 중 4명은 정규직원으로 다시 채용했다. 중앙회에서도 회계분야 계약직을 채용하면서 특별한 사유 없이 다른 분야와 달리 특별채용을 했고 광주지회에서는 필기시험만 합격한자를 자격증 가점을 부여해 채용했다.

복지부는 이들 관련자들을 징계·경고 조치하고 직원채용 기준 등 개선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법인카드 유흥비로 탕진

복지부는 2006년부터 올해 9월까지 업무용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한 결과 중앙회와 11개 지회에서 업무와 연관성이 없는 부적정한 집행이 136건, 2100여만 원에 달했다. 단란주점과 유흥주점, 노래방 등에서 집행한 경우는 124건(1990만원), 사인에 대한 화환, 선물구입 등 기타 업무목적 외로 사용된 것은 12건(150만원)이었다.

모금회는 같은 기간 182차례에 걸쳐 모두 3억4891만원의 워크숍 비용을 집행하면서 관련 없는 스키장 이용, 레프팅, 바다낚시 등의 비용으로 2800만원을 쓰고 서울과 부산 등 9개 지회에서는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나이트클럽 등에서 26차례에 걸쳐 498만원을 부당하게 사용했다.

또 2008년~올해 10월까지 출장기간 중 출장여비 외에 수감기관과의 업무협조 등의 사유로 감사업무비 1100만원을 지출했고 이중 사용목적과 다르게 노래방, 맥주집 등에서 243만원을 썼다.

복지부는 이들 관련자들을 징계·경고조치하고 법인카드 관리 방안 마련과 부당 집행액을 회수 조치했다.

◇각종 예산집행 부적정

공동모금회는 2006년부터 올해까지 25차례에 걸쳐 4500여만원을 회장과 지회장 이·취임식 비용으로 집행했다.

서울지회의 경우 2006년과 2008년 지회장 이·취임식에 MC 진행비와 영상편지 제작비, 축하공연비 등으로 373만원을 집행했고 전남지회에서도 2007년 영상편지 제작비로 57만원을 사용하는 등 모두 405만원을 부적정하게 집행했다.

또 중앙회와 16개 지회에서 집행한 회의경비는 70000만원(599건)을 1인당 회의경비가 3만~5만원으로 사용기준을 초과했다.

사랑의 열매 나눔문화관 확장공사를 하면서 기술보유와 공사실적을 중복 제한해 입찰참여 업체가 2개뿐이었다. 또 입찰을 실시한 이후 54일이 지난 시점에서 계약을 체결해 공사기간이 3.5개월에서 2개월로 줄어 공사 부실화가 우려된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500만원 이상의 공사계약은 사무총장의 결제를 받아야 하고 경영관리 본부에서 계약체결 등 회계업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계약금액이 1650만원인 '고객모금사업 활성화를 위한 명예의 전당 구축공사'는 가격 비교검토를 하지 않고 공사계약, 검수 및 대금지급 동의 업무를 모 본부 담당자 전결로 처리했다.

전남지회에서는 모금함을 구매할 때 2007년 4000원에 350개 2008년에 4490원에 800개, 지난해 6000원에 700개를 구매하는 등 다른 지회의 거래 실례가격과 물가 인상률을 검토하지 않고 구매했다.

구매한 모금함 중 은행과 병원, 읍·면·동사무소 등 대중이 많이 이용하는 장소에 배부된 모금함 가운데 부산지회는 2006년부터 441개, 광주지회는 2007년 91개, 전남지회는 2007년 350개를 회수하지 않고 있다.

모금회는 또 기본재산을 정관에 누락해 관리하고 있고 지회 사무실 임차보증금 9억3300만원도 기본재산에 편입하지 않았다. 주무장관의 허가없이 중앙회 사무실 3~5층의 임대사업을 실시하고 주위 임대빌딩 시세를 비교 검토하지 않고 임대료를 책정했다. 저소득층에 융자한 전세주택자금 중 회수된 자금에 대한 활용계획도 수립하지 않고 있었다.

복지부는 관련자에 대해 경고·주의 조치를 하고 전세주택자금 관리 방안과 차량관리지침 마련 등 개선을 요구했다.

◇배분사업 중간점검.사후평가 부실

서울지회는 2003년 모 업체가 철거민 이웃돕기 성금으로 모 구청을 지정해 1억5000만원을 기부했으나 이 구청은 올해 2월까지 사업을 수행하지 않고 지회에서도 이를 관리하지 않아 기부자의 반환 요청에 따라 되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 기업당 연간 배분한도액이 5억 원임에도 지난 4년간 63곳에 908억 원 집행해 배분한도액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지회에서는 지정기부금을 시설 등에 배부하면서 기부자가 누구인지 인지할 수 있도록 수령 확인서를 받기도 했다.

중앙회는 모 협회가 배분목적인 위탁부모 발굴을 위한 방송캠페인 사업 대신 다른 사업을 수행했음에도 사업취소 후 집행 잔액만 반납 받았다. 대구지회는 모 단체를 통해 저소득 보훈대상자에게 지급한 설·추석 명절 상품권 배부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 3년 동안 2만4689명에게 4억9000만원을 지급했다.

모금회는 사업결과보고서 평가를 통해 제재수준을 정해야 함에도 평가없이 중간점검 등을 근거로 제재수준을 임의로 책정하거나 오히려 제재대상임에도 특별한 사유없이 제재조치를 감하거나 조건부 제재를 했다.

배분금 횡령에 대해서는 횡령금액만 회수하고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배분사업의 사후평가에 따른 조치가 부적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는 이들 관련자들에게 경고조치를 하고 미회수 금액에 대한 회수와 사후관리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복지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문가들과 협의를 거쳐 모금기관 투명성 강화와 국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