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목회 입법 로비사건이 불거진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소액 후원금' 문제를 건드린 것에 대한 불만들이 속속 터져나오고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라 정당후원회와 법인의 정치후원금 활동이 금지된 상황에서 검찰이 적법한 절차를 통해 받은 소액 후원금에 대해서까지 '대가성'을 따지는 것은 의원들의 후원회 활동을 사실상 전면 금지시키겠다는 것이라는 등의 불만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여야 주요 정당들은 7일 청목회 입법로비와 관련해 검찰이 국회의원 11명의 후원회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 것에 대한 비판을 일제히 쏟아내며 검찰을 압박했다. 후원금 제도에 대한 국회 차원의 전반적인 재검토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명 '오세훈법'으로 불리는 현행 정치자금법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회의원이던 2004년 '돈 정치' 관행을 없애기 위해 만든 법으로 정당 후원회와 법인 정치후원금을 금지하고 국회의원 한 사람 당 후원금 모금 한도를 연 1억5000만원으로 제한했다. 예외적으로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모금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사람이 1년에 정치인 1명에게 최대 500만원의 후원금을 낼 수 있으며, 한 국회의원에게 낸 후원금이 1회 30만원을 넘기거나 연 300만원을 넘을 경우에는 고액 후원자로 분류돼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

대신 10만원 이하의 개인 소액 후원금은 활성화시켰다. 10만원 이하의 정치자금을 냈을 경우 전액 세금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신상도 공개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도 은행에 신상공개를 요청하지 않는 한 통장에 찍힌 이름 밖에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법이 정치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탓에 기업과 각종 단체들은 직원·회원 등의 명의를 차용해 거액의 후원금을 10만원 단위로 나눠 내는 이른바 '쪼개기 후원'이란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하게 됐고, 이번에 검찰이 문제삼은 것도 이 부분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국회의원들이 소액 후원자의 신원을 일일이 알기 힘들고, 소액 후원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입법활동을 하는 의원들을 후원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소액 후원금은 모두 은행을 통해 들어오고 선거관리위원회에 노출된다"며 "이해 당사자로부터 후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부분도 애매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대변인은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의 경우 대부분 노동조합에서 후원금을 받고 의원들도 노조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한다"며 "그렇다면 이것도 로비로 봐야 하느냐"라고 되물었다.

그는 "한나라당은 이번 사안을 매우 중요하고 심각하게 다룰 것"이라며 "내일(8일) 있을 최고위원회의 등에서 심도 깊은 논의를 할 예정이며 정치권 전체 차원에서 후원금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회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입법 활동을 한다"며 "정치자금 10만원은 후원회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소액 다수 후원의 기본정신에 따라 투명해진 국회를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려는 문제가 자꾸 발생하면 '차라리 정치자금법 후원회를 없애버리는 게 낫다'는 자학적인 표현도 정치권에서 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국회 사법개혁특위, 특히 검찰개혁소위가 민주당의 당론인 검경수사권 독립과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문제에 대해 정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유선진당의 긴급 당5역회의에서도 검찰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회창 대표는 "5만원, 10만원의 소액 후원금에 대해 국회의원이 입금 때마다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또 자신이 원하는 입법활동을 하는 국회의원을 후원하고자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밝혔다.

권선택 원내대표도 "검찰이 정식의 절차를 밟아 수령한 소액의 후원금까지 일일이 대가성 여부를 수사하겠다는 것은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사실상 제한하겠다는 발상"이라고, 임영호 정책위의장은 "소액후원금인 10만원의 댓가성을 논하는 것은 의원의 후원 활동을 전면 금지시키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