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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청소년들을 불쌍하게 만드는가
  • 입력날짜 : 2007. 10.04. 09:50
권태욱 거제YMCA 사무총장
어린아이가 넘어져 무릎이 깨졌을 때 취하는 행동은 주변 어른들의 태도에 따라 다르다. 할머니가 먼저보고 기겁을 하면 아이는 울음을 터뜨린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거나 젊은 아버지가 보고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빨리 일어나서 씻어라' 하면 아이는 울지 않고 일어난다.

요즘 아이들이 '입시지옥에 시달린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양식있는 어른들이 당연히 취해야 할 입장이라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갔다가 끝나고 나면 학원으로, 과외로 가서 저녁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것이다. 또, 그렇게 학교에서 배우고 학원이나 과외에서 배우는 것은 '오로지 입학 시험을 위해서 필요한 지식으로 일생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이고, 그처럼 ‘일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지식을 배우느라고 아이들이 창의적이고 다양한 경험을 할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고들 생각한다.

어른들이 이렇게 생각하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부를 하는 아이들은 스스로를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부모들은 그렇게 자녀들에게 공부를 시키는 것이 ('강요한다'고 말한다) 미안해서 아이들에게 쩔쩔매고, 아이들은 '부모들을 위해서 공부를 해 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거드름을 피운다.

반만년의 우리나라 역사 중에 모든 계층의 자녀들이 전업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채 오십년이 되지 않는다.

조선시대에는 양반의 자녀들만이 공부를 해서 글자를 익힐 수 있었고, 평민이나 상민의 자녀들은 자기 몸을 가눌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일을 해서 밥값을 해야 했다. 철없는 일부 어른들이 향수에 젖어서 그리워하는 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많은 어린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중학교가 아니라 수출자유지역에 새로 문을 연 공장이나 서울의 봉제공장으로 일하러 가야했다. 그처럼 공부를 계속할 수 없는 어린이들에게는 '부모가 대주는 돈으로 아무 걱정 없이 공부만 하는 아이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공부하는 것은 소수에게만 주어진 특권이었다.

공부는 이처럼 귀한 특권이었을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즐거움을 주는 일이었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한 선인은 본인이 실제로 '배우고 때때로 익히는' 과정에서 열락을 느꼈기 때문에 그 말을 하지 않았겠는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입시에만 필요할 뿐 다른 데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죽은 지식이 아니라, 꼭 필요한 지식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려면 필요한 기본지식들이며, 성장기의 아이들의 두뇌를 발달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이 결정한 내용이다. 그 사람의 특기와 적성이 무엇이든지 간에, 나중에 자라서 연예인이 되거나 운동선수가 되려는 사람도 학자나 전문가가 되려는 사람 못지않게, 익혀둬야 하는 것들이다.

바둑 같은 취미생활도 재미를 느끼는 단계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스스로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 '학교에서 배운 것'을 '때때로 익히면서 기쁨을 느낄' 분위기와 여건이다.

YMCA에서는 이번 여름방학 동안에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4주 동안 학력증진 캠프를 했다. 지금 세상의 통념으로 말하면 '시험위주의 입시 공부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취미와 특기'를 계발할 수 있는 시간에 학교 공부를 하도록 한 것이다. 4주 동안이면 거의 방학 처음부터 끝까지 전 기간이다. 그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이 괴로워하고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은 아침 8시30분에 YMCA 회관에 도착해서 간단한 체조로 몸을 푼 다음, 영어 수학을 중심으로 1학기 과정을 복습하고, 2학기 과정을 예습했다. 강의는 없었고, 아이들이 책과 문제집을 보면서 스스로 배우고 익혔다.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다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물어보면 설명을 해주고, 공부에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코치는 있었다. 하루에 한 시간 씩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배운 것 외에는 하루 종일 YMCA에 있으면서 공부를 하고, 식사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만 친구들과 족구를 하거나 보드게임 등을 하면서 놀았다. 저녁 시간에는 학교에서 내어 준 과제물을 하거나, 글쓰기, 토론대회를 했다.

여섯 차례 정도는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어른들, 예를 들어 대학교수, 행정부 공무원, 외교관, 대학병원 의사 등을 초청해서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듣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아이들은 이런 대화를 통해서 자기들이 하고 있는 공부가 어떤 쓸모가 있는지 알게 되었다.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은 수영이나 노는 것 뿐 아니라 공부에서도 즐거움을 찾아냈다. 모르는 문제를 서로 의논해서 답을 찾아내는 일, 아는 사람이 모르는 친구에게 가르쳐 주는 일이 모두 재미난 일이었다. '배우고 익히면서 기쁨을 느끼는 것'은 요즘의 중학교 교과과정을 공부하면서도 충분히 구가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캠프가 끝날 때 모두들 아쉬워했다.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즐거움을 되돌려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대화나 언론에서 '입시지옥'이라는 말이나 '쓸모없는 학과공부‘라고 떠드는 일을 그만해야 한다. 그 대신에 아이들에게 공부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깨우쳐주고, 학과 공부를 함께 하면서 즐기는 기회와 여건을 많이 만들어주는 데 힘을 써야 한다.



모닝뉴스 기자 webmaster@morningnews.or.kr         모닝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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