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0.10.22(목) 15:46
English 日文 中文
‘섀클턴’을 기다리며
  • 입력날짜 : 2007. 02.05. 12:01
영국 출신의 남극 탐험가인 어니스트 섀클턴(Ernest Shackleton)은 1914년 과학자, 지질학자, 갑판원 등 28명의 대원들을 인듀어런스(Endurance)호에 태우고 남극대륙횡단에 나섰다.

북동부 웨델 해에서 서부 로스 해까지 무려 2900킬로미터를 횡단하기로 한 이 계획은 남극대륙에 닿기 하루 전 배가 유빙 안에 갇히고 빙하에 부서져 침몰해 버림으로서 결국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그 실패는 단지 남극대륙횡단의 실패일 뿐이었다. 그 횡단이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위대한 리더십의 전형을 탄생시킨 점에서는 성공한 드라마였다.
배가 침몰한 후 원정대는 얼음위에 텐트를 치고 무려 열다섯 달, 바다로 탈출해 도착한 작은 무인도서 또 다섯 달을 보냈다.
그곳에서 대원들은 물고기와 펭귄, 바다표범을 잡아먹으며 사투를 벌였다.

대원 28명이 똑 같은 목적으로 한 배를 타긴 했지만 일이 잘못되어 추위, 배고픔, 공포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을 느끼며 누구든 온전한 판단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하는 일이나 살아온 환경이 다른 사람들이 이 같은 절망적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내부 분열과 갈등이 있었겠는가하는 점은 쉽게 짐작 된다.

그러나 그런 극단적인 인간한계의 상황에서도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 섀클턴은 참으로 위대한 지도자였다.
그는 ‘우리는 함께 살고 함께 죽는다’라는 희망과 용기의 팀 메시지를 끊임없이 대원들에게 보냈다.

웃음과 노래로 고통을 이겨냈고, 과학자에게는 갑판원의 일을 갑판원에게는 자료수집을 시켜 상호 연대감을 강화했다.
또한 대원 중 트러블 메이커는 자신과 같은 텐트를 사용하며 돈독한 인간관계로 갈등을 해소했다.
그리고 그는 무엇보다 공정했고 합리적이었으며 그래서 모든 대원들이 신뢰했다.

이러한 섀클턴의 리더십으로 인해 28명의 대원 모두는 무려 634일간의 사투에서 살아남았다. 이 벅찬 감동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대원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모범을 보인 섀클턴의 솔선수범의 리더십, 신뢰의 리더십 때문이다.

이미 섀클턴은 1909년 남극에 도달한 최초의 인간이 될 뻔했던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탈진하고 굶주린 세 사람의 원정 대원을 살리기 위해 그 영광을 포기한 진정한 지도자였다. 과연 누가 그런 리더를 따르지 않겠는가?

요즘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모습은 난파 직전의 인듀어런스호 같아 보인다.
당사수파니, 신당파니, 탈당파니, 또 이미 탈당을 결행한 의원들의 행태는 모두 나름대로의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으로 보인다.

위의 길 중 어떤 선택이 가장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고자 한다. 그러나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
그것은 열린우리당의 창당주역이나 당의장, 원내대표를 맡았던 선장들의 태도이다. 그들은 모두 자기가 데리고 온 계보의 대원들만 데리고 각자의 살길을 찾아 떠나는 원정대장의 모습이다.

열린우리당호와 인듀어런스호는 난파선이라는 점에서는 같으나 섀클턴과 같은 위대한 선장이 없다는 점에서 이 둘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커 보인다.
한나라당의 경우 노무현대통령의 실정과 여당의 분열로 인한 반사이익으로 올 12월 그 어느 때 보다도 집권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후보자 검증 논란과 정체성 논란 같은 것을 보면서 후보자간 갈등이 어디로 치달을지 모를 일이다.
현재 여론조사상으로 나타나는 한나라당에 대한 압도적 지지와 한나라당 대선주자로 누가 나와도 당선된다는 희망 섞인 가정이 지지자를 달리하는 아군끼리 분열하게 만들어 오히려 집권을 가로 막는 복병이 될 것이다.

만약 한나라당의 유력대선주자들이 분열된다면 집권은 물 건너 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한나라당이 경선준비기구인 ‘2007년 국민승리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한나라당호를 난파선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고뇌로 보인다.

여야를 막론하고 희망과 용기의 리더십, 통합의 리더십, 솔선수범의 리더십, 신뢰의 리더십을 갖춘 어니스트 섀클턴과 같은 위대한 지도자를 가진 정당이 12월 대선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가슴조이며 이 혼란한 대한민국을 살릴 ‘섀클턴’을 기다려 본다.

<김광용 미래리더십연구소장, 정치학박사>
이 글은 시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모닝뉴스 기자 webmaster@morningnews.or.kr         모닝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최신순 조회순 덧글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