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지변’ 이냐 ‘예고된 인재’ 냐.
지난 2003년 거제의 여름을 강타한 태풍 ‘매미’, 5일간 암흑의 시간을 보냈던 거제시민이 한전을 상대로 낸 ‘정전피해손해배상청구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오는 10월 중순께 법원의 결심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감사원이 송전선로(철탑)의 안전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에도 철탑보강공사를 하지 않은 점과 창원전력처의 안일한 복구자세로 급작스런 태풍피해 이후 5일간이나 단전돼 생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는 거제시민들의 주장과 “송전탑의 붕괴는 철탑의 설계치를 능가하는 초강력 태풍에 의한 ‘천재지변이면서 재난’” 이라는 한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 2003년 10월 7천212명의 거제시민들은 김한주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 한전을 상대로 추석명절을 위해 장만한 음식물의 부패로 인한 손해 1인당 15만원과 5일간 식사를 통영 등 인근 지역까지 가서 먹기 위해 지급한 비용 원고 1인당 20만원, 양초 랜턴 등을 구입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 1인당 5만원, 단전 및 단수로 인한 정신적 고통으로 1인당 10만원 등 총 50만원씩 40여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었다.
이 소송은 현재 양측의 증인신문과 현장검증 등 변론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오는 10월 12일 예정된 공판에서 양 측 변호인이 재판부에 결심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법원이 직권조정에 나설지 3년째 소송중인 거제시민과 한전이 선고에 앞서 예상되는 법원의 마지막 조정권고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관심사다.
일부에서는 “단전으로 피해를 당한 거제시민들을 위해 한전이 현재 계획 중인 한전연수원을 거제에 세우거나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거제시에 장학재단 또는 문화센터를 설립 기부하는 것도 문제해결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다” 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결심을 앞둔 이번 소송은 공기업인 한전이 5일 동안 암흑의 밤을 지내면서 겪은 19만 거제시민의 고통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도의적인 보상책을 제시할지 아니면 끝까지 ‘천재지변’ 을 주장할지 주목의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