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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덕 화도 ‘의료 사각지대’ 전락
태풍 '매미' 피해 보건진료소 사용 불가
주민, 진료소 신축 절실 …행정 무관심
  • 입력날짜 : 2004. 10.23. 14:35
지난해 태풍 매미로 인해 둔덕면 화도 보건진료소가 1년이 지나도록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거제신문 제휴기사]=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30% 이상을 차지하는 둔덕면 화도 주민들은 그나마 위안이 되던 보건진료소마저 잃고 의료시설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난해 태풍 ‘매미’로 진료소가 바닷물에 침수·훼손된 뒤 그동안 마을 경로당에서 진료를 해왔으나 이제는 이마저도 일부 마을주민들의 반대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인근 주택의 방 한켠을 빌려 진료소를 마련했다.
진료용 침대, 약장, 캐비넷, 의자 하나 없는 2평 남짓한 진료소지만 이곳조차 집 주인이 나가라 하면 쫓겨나야 할 신세다.
옷장이 약장되고 마루가 주사실로 이용되고 있지만 60-80대 주민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진료소가 없다면 섬에서 유일한 의료시설이 없어져 가장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조차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섬에 살고 있는 고령의 주민들은 “오죽하면 아프지 않는 게 최상책”이고 생각할 정도로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낙도 주민들은 정기여객선 조차 없고 기상악화로 뱃길이 끊기기 일쑤인 데다 야간에는 후송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 환자가 발생해도 발만 동동구른 채 고통의 밤을 지새워야만 하는 실정이다.
낙도 화도의 의료시설 실태
화도에는 현재 둔덕 보건지소 소속 진료소 1개가 설치돼 있다.
보건지소에는 일반 공중보건의사와 치과의사 등 1∼3명의 의료진과 진료보조원 2명씩이 배치돼 있지만 보건진료소에는 일정교육을 받은 보건진료원(간호사) 1명이 배치된 채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만 제공되고 있다.
물에 잠겼던 화도 보건진료소 내부.
7개 마을 80여세대 18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화도는 하루 평균 진료소를 찾는 환자가 10여명에 이른다.
낙도이고 노령의 인구가 많은 관계로 고혈압 당뇨병 등 장기치료를 받는 성인병 환자가 유독 많지만 보건진료원 1명만이 근무하고 있다.
화도 이장 이종만씨(41)는 “태풍으로 파괴된 진료소 신축을 수차례 건의했지만 묵살당했다”며 “낙도에 최소한의 응급조치를 위한 의료시설조차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낙도를 지키며 살고 있는 주민들은 최소한의 의료공간인 진료소조차 배치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할 국가가 책임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거제시보건소는 지난해 태풍 피해 이후 진료소 신축이 필요하다고 판단, 수차례에 걸쳐 신축을 보건복지부 등에 건의했으나 내년도 예산에도 반영되지 못했다.
인터뷰
할머니·할아버지의 수호천사 둔덕 화도 보건진료소 이기현 소장
남의 집 방 한칸을 빌려 환자들을 돌보는 이기현 소장.
“몸 아픈 것이 어디 밤낮이 있습니까.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한밤중이라도 진료가방 매고 자전거에 올라타 달리는 거죠.”
둔덕면 화도 보건진료소 이기현(여·47) 소장의 하루 일과는 짧기만 하다. 밤낮으로 낙도주민들의 건강을 돌보고, 틈이 나면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할머니들을 위해 공부방을 연다.
지난해 10월 마을 경로당에 공부방을 열고 9명의 할머니들을 가르쳐 왔다. 하지만 더 이상 경로당에서 더부살이를 할 수 없어 진료소를 가정집으로 옮기고 난 후 공부방이 없어지게 됐다.
이 소장은 “공부방이 없어 더 이상 할머니들을 가르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할머니들의 배움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마당이라도 좋으니 계속 공부를 시켜달라고 매달렸고 이 소장은 하는 수 없이 다시 할머니들을 가르치고 있다.
더부살이 하는 형편에 할머니들까지 끌어들이니 집 주인에게 미안하기 짝이없다. 그래서 이소장의 소박한 꿈은 태풍으로 파괴된 진료소의 신축이다.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에서 주민들을 진료하고 할머니들의 공부방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료소 신축은 당연하고 시급한 일이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행정당국의 해명이다.


모닝뉴스 기자 webmaster@morningnews.or.kr         모닝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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