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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천대받는 급식우유
  • 입력날짜 : 2004. 07.26. 15:32
아파트 가스 저장고 지붕에 던져진 우유
학교급식우유를 마시지 않고 버리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고현의 한 아파트 가스저장소 지붕위에는 인근 초등학교 아이들이 마시지도 않고 던져버린 우유 10여개가 널 부러져 있다.
"맛이 없어서" "아토피 때문에 엄마가 마시지 말랬어요." 우유를 마시지 않는 아이들이 학교급식 우유를 버린 것이다.

지금은 초등학교가 방학인 탓에 버려지는 우유는 없다. 방학이 끝나면 가스저장소 지붕은 습관적으로 날아든 우유로 가득할지 모르겠지만...

날마다 쌓이는 우유

어느날 학교 앞에서 학원을 하는 아내가 퇴근길에 10개가 넘는 우유를 가지고 왔다.
“여보 무슨 우유를 그렇게 사와”
“사오기는 아래 문방구에서 얻어왔지”
“문방구에서는 우유를 안 팔고 왜 당신한테 주는데”
“아이들이 급식으로 나온 우유를 다 버린다잖아. 그래서 문방구 집사님이 버려지는 우유가 아까워 궁리 끝에 아이들한테 사탕 한개 씩 주고 바꾼 거라니까”

아내가 학원 아래 문방구에서 하루 이틀 받아온 우유는 어느새 냉장고를 가득 체웠다. 자다가도 일어나 물대신 우유를 마시기도 하고 하여튼 한때 우유에 절어 살았다. 엄마가 우유를 챙기기 시작하자 아이들도 덩달아 자기반 아이들이 마시지 않는 우유를 걷어오기까지 했었다.
방학을 내기 전 까지의 우리집 풍경이다.

“왜 아이들이 우유를 버릴까.” 아파트 베란다를 통해 가스저장소 지붕에 널린 우유를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아이들이 먹기 싫어하니까 그렇지”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한테는 다른 것 주면 안되나” “그럼 다 우유 안 먹겠다고 하지” “아토피나 알레르기 있는 아이들만 조사해서 바꿔주면 안 돼나 의사소견서 받아서... 저거 아깝거만”

초등학교는 팩 우유 국민학교는 푸대 우유

세월이 지나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내가 국민학교에 다닐때에도 우유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구운빵 하나와 솥에 끓인 푸대 우유 한컵이 나왔다. 주번은 주전자에 우유를 받아와 컵에다 조금씩 배급을 해 준다. 소금을 타서 간을 맞춘 노란색의 푸대 우유는 짭짜름한 맛과 향이 있다.

그런데, 열 주전자라도 마실 것 같은데 두세명은 꼭 우유를 먹지 않았다. 선생님은 "우유를 마셔야 건강해진다" 며 억지로 마시게 했지만 토하는 일이 많았다.
그때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언제 우유를 마셔봤어야지 속이 놀래서 그렇다” 라고 안스러워 했다. 하지만 몇몇은 매번 토했다. 아깝게 시리...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알레르기나 다른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나한테야 입맛 다시게 하는 맛이 기가찬 음식(?)이었지만 몇 몇 친구들에겐 코를 잡고 겨우 마셔야할 정도로 세상에서 가장 고약한 약 과 같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런 친구들에게 빵을 때주고 우유를 대신 받아마셨던 기억이 있다.
솥에 끓여주는 푸대우유야 버릴수도 남을 턱도 없었지만 지금은 예쁜 우유곽에, 짜지도 않고 고소하고 시원하기만 한 우유가 왜 이렇게 천대를 받아야 하는지... 어린날 할머니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야야 아까븐 음식 버리지 마라 하늘에서 벌 준다.



모닝뉴스 기자 webmaster@morningnews.or.kr         모닝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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