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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 잘하면 ‘빵’복이 터졌습니다
선생님 학교가 파하기 전 암산대회를 자주 열어
  • 입력날짜 : 2004. 01.27. 00:00
‘빵’에 얽힌 초등학교 2학년 때 일입니다. 담임선생님의 존함은 김필규 선생님이었습니다.
키가 크시고 특히 아이들에게 자상했던 선생님이셨는데, 산수만 잘 하면 ‘빵’복이 터지게 해주신 분입니다.

80년대까지 마산 댓거리 회원초등학교(?)에 교장선생님으로 계시다가 정년 퇴직하신 것으로 기억되는데 지금은 소식을 알지 못 합니다.
선생님은 학교가 파하기 전 급식용 빵을 상품으로 내걸고 암산대회를 자주 열었습니다.

"일전이요, 십오전이요, 삽십이요, 칠전이면?"
셈이 빠른 친구들이 한 두명씩 교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우체국 행랑같이 큰 빵 푸대도 바닥을 보이고 맙니다.
셈이 느린 나와 몇몇 친구들은 패잔병처럼 고개를 숙여야 하는 날이 많았지만 선생님은 실망한 우리들의 손에 빵 한 개씩을 쥐어 주시며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 분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암산대회의 상품으로 내건 빵은 교육청이 섬마을 학교에 무료로 지급하는 급식 중 남은 분량이었습니다.
매일 당번이 11시쯤에 학교 앞 선착장에 도착하는 교육청 선박에서 빵 자루를 받아오도록 정해져 있었는데, 빵 자루를 등에 매고 학교로 돌아올 때 나는 구수한 냄새는 영원히 잊지 못할 향수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당번에게는 특별히 빵 한 개가 덤으로 더 주어졌습니다. 그 맛에 빵 당번을 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한 줄에 다섯개씩 붙어있는 구운 밀가루 빵 한 개와 소금으로 간을 맞춘 가루우유의 맛도 특별났습니다.
왜 그런지 그때는 그 맛 때문에 우유를 마시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우유를 끓여 소금을 집어넣고 간을 맞추면 지금도 그 맛이 날런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세상이 좋아져 곳곳에 제과점이 있고 입맛대로 빵을 고를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다양한 메뉴의 점심이 제공되고 있으니 아이들이 빵 하나에 웃고 울었던 옛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내가 부모세대가 전쟁통에 겪었던 참담하고 암울했던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듯 말입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뉴스타운에도 실렸던 내용입니다.



모닝뉴스 기자 webmaster@morningnews.or.kr         모닝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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